[국적없는 아이들, 두번째 이야기·중] 청소년기부터 ‘탈선의 길’

‘지문정보 없는 문제아’ 중대범죄의 유혹

최재훈·이종우·황성규 기자

발행일 2015-11-04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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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없는 아이들
국적 없는 아이들의 상당수가 집단 따돌림, 인종차별 등으로 소외되면서 탈선의 길목으로 내몰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3일 오후 도내 한 유흥가 거리에서 무국적 청소년들이 흡연을 하고 있다.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비슷한 처지의 또래 만나 비행
범행으로 이어지면 검거 어려워
계속 방치땐 사회적 혼란 우려

국적 없는 아이들은 성장과정에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소외감으로 상당수가 탈선의 길목으로 내몰린다.

청소년기부터 시작되는 이들의 탈선은 성년기까지 이어질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무국적자들은 지문 등의 신상정보가 없어 신원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해 범죄를 저질렀을 때 검거가 어렵다. 최근 감사원의 법무부 감사결과 국내체류 외국인 중 지문정보를 등록하지 않은 채 체류기간을 연장한 외국인은 6만9천929명에 이른다.

국적 없는 아이들은 지문 등의 정보가 없어 여권위조나 각종 범죄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 14~18세 청소년기를 보내는 국적 없는 아이들은 대개 초·중학교 단계에서 학업을 포기한다. 집단 따돌림이나 인종차별 등으로 학교에 적응하기 쉽지 않아서다.

결국 비슷한 처지의 또래 외국인이나 학교에서 ‘문제아’로 분류되는 아이들과 어울려 각종 탈선행위에 빠지기 시작한다. 일부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유흥가로 흘러든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청소년기의 일탈이나 방황 수준을 넘어 무국적이라는 신분을 악용한 중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국내 검·경 등 수사기관조차 이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없다. 불법체류자의 자녀인 무국적 아동에 대한 근본적인 법적 보호가 전혀 해결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경찰관계자는 “간혹 범죄에 신원 정보가 없는 무국적자가 연관될 경우 단서조차 찾기 어려워 수사가 난항에 빠지기 일쑤”라며 “국적 없는 아이들을 지금처럼 계속 아무런 법적 보호조치 없이 방치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적으로 상당한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 범죄 건수가 3만건을 돌파했고, 그 증가 속도는 5년 새 36% 이상 급속히 늘면서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범죄의 유형도 살인·마약·매춘 등 날로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북부지역 한 외국인 근로자 인권단체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신원파악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는 얻을 수 있지만, 자녀들은 만약 가출이라도 하면 도저히 찾을 방도가 없다”며 “이러한 아이들을 법적으로 보호할 방법이 없다면, 우리 사회가 이들을 어둠의 세계로 내모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우·최재훈·황성규기자 cj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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