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공무원 시험 광풍을 접하며

최일문

발행일 2015-11-04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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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 극심한 취업난
불안정한 일자리·비싼 생활비로
결혼·출산·꿈 포기하게 만드니
공무원 열망은 지나치지 않아
그들에게 무한경쟁 바라기보다
기성세대 책임없는지 자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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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문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
2015년도 7급 지방직 공무원 경쟁률이 전국 평균 125대 1을 나타냈다. 경기도는 무려 263대 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기도 일반행정직 9급은 25.2대 1, 서울시 사서 9급은 무려 457대 1이다. 공무원 중 대통령의 경쟁률이 2012년 7대 1, 2007년 10대 1이니까 경쟁률로만 비교하면 대통령보다 7급, 9급 공무원 되기가 훨씬 어렵다. 이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의 열풍은 ‘광풍’이 되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전체 취업 준비생 63만여 명 중 공무원 시험 준비생은 22만여 명으로 34.9%에 이른다. 2014년 청소년통계에서는 직업선택의 주된 요인이 ‘적성·흥미(34.2%)’이고 선호하는 직장 1위가 ‘국가기관(28.6%)’ 이며 취업시험 준비 1위를 ‘일반직 공무원(31.9)’이 차지했다. 자료상으로만 보면 적성과 흥미를 바탕으로 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선호 직장과 공무원 시험 준비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고 진로교육 또한 매우 성공적인 셈이라고 우겨볼만 하다.

그런데 지난 4월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대학생 8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발표한 보도를 보면 공무원을 준비하는 이유 중 ‘평생직장(56.9%)’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다음으로 ‘연금 등 노후보장(26.7%)’이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국가를 위해 일하고자’하는 이유는 5.1%에 불과했다. 그러니 공무원을 원하는 주된 이유는 ‘적성과 흥미’ 보다는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한 후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아 보인다.

대개 어린 시절에는 잘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중심으로 미래의 희망을 꿈꾼다. 그래서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은 주로 과학자, 운동선수, 교사, 연예인 등이다. 그러나 시간이 잠시 흘러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면 그 자리를 공무원, 교사, 전문직 등이 차지하게 된다. 일부 학부모들의 시각에서는 비로소 철이 든 결과이다.

누구에게나 직업은 자신의 삶이며 성취와 자아실현의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이다. 특히 공무원은 명예를 중시하며 평생 자기관리가 필요하므로 안으로는 자아실현을 위해, 밖으로는 공익의 실현을 위해 단순한 직업 이상의 사명감과 가치를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성세대들은 공무원 시험의 광풍 속에 푹 빠져 있는 수많은 ‘공시생’들을 보며 안정적인 삶만을 추구한다는 아쉬운 마음이 앞설 수 있다.

하지만 88만원 세대, 달관세대, 7포세대, 이케아세대 그리고 빨대족 등 20대를 지칭하는 다양한 신조어들이 생겨난 배경에는 오랜 기간 누적되어온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기성세대는 30여 년 전 12%대의 경제성장률 속에서 사회에 진출하였지만 현재의 젊은이들은 극심한 취업난, 불안정한 일자리, 치솟는 생활비 등의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결혼도, 출산도, 꿈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궁지에 몰려 있으니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열망을 지나치다고 보기 어렵다.

그들에게 노력이 부족하다든가 진짜 어려움을 모르는 나약한 세대라고 말하며 무한경쟁에서 이겨낼 것을 요구하기보다 기성세대의 책임은 없는지 먼저 자성하여야 한다. 오늘날 취업준비생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싹을 틔우는데 기여한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끼며 지금도 공무원이 되기 위해 땀과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들을 이해하고 격려한다.

/최일문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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