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없는 아이들, 두번째 이야기·중] 무기력에 빠진 10대들

쫓기는 삶에 지친 사춘기… 설익은 꿈, 교실밖 내몰리다

최재훈·이종우·황성규 기자

발행일 2015-11-04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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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선 이미 문제아 낙인
“하고싶은 일 없고 다 싫어”
여학생은 유흥업소 발 담가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카말(가명·19)은 외국인 근로자로 한국에 들어온 방글라데시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한국에서 태어난 카말은 방글라데시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그저 부모의 나라라는 인식이 전부다.

아버지는 5년 전 불법체류자로 적발돼 고국으로 강제 출국당했고 현재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33㎡ 밖에 되지 않는 좁은 공간에서 살고 있다. 이마저도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조립식 주택인 탓에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 카말은 가족이 모두 잠든 늦은 밤에야 집에 들어오곤 한다.

공장 일을 하며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 어머니에게는 “학교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 늦었다”고 둘러댄다. 카말은 학교에서 이미 ‘문제아’ 취급을 받은 지 오래다. 카말의 어머니는 “아들 때문에 교회 목사님이 학교와 경찰서를 수도 없이 불려다녔다”고 털어놨다.

이들 가족을 돌보고 있는 목사는 “카말이 비행청소년들과 어울려 다니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학교도 자주 빠져서, 수없이 타이르기도 했지만 쉽지 않다”고 걱정했다.

카말은 “한때는 엔지니어가 꿈이었지만,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한 환경에서 꿈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이젠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모든 게 싫다”고 자신을 짓누르는 현실에 무력감을 드러냈다.

방황하는 카말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필리핀인 어머니와 미군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니콜(가명·17·여)은 중학교를 중퇴하고 미군클럽에서 1년 넘게 일했다. 무국적자인 그녀는 나이를 속이고 클럽에 들어갔다.

신원 정보가 없어 나이는 그저 말하기 나름이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최근 자신이 일하는 클럽이 경찰 단속으로 문을 닫자, 현재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는 중이다.

그녀는 “학교에도 다닐 수 없고 취업도 할 수 없는데, 우리가 일할 곳이 이런 곳밖에 더 있겠느냐”며 “돈이라도 벌려면 남자는 정말 고된 막노동판에서, 여자는 이런 곳에서 일하는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안되면 남의 돈을 빼앗는 일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내 미군기지 주변 유흥업소에는 니콜과 같은 무국적 여성 청소년들이 돈을 벌기 위해 숨어들고 있다.

최근 5년간 법무부의 국내 불법체류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불법체류자는 올해 기준 21만3천565명으로 5년 전보다 27.2% 늘어난 반면, 불법체류자 단속률은 11.1%에서 5.5%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단속률이 떨어진 것은 신원정보를 파악할 수 없는 무국적자의 증가가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무국적자가 범죄를 저지를 경우 지문이나 신원정보를 확보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지문 감식이나 DNA 조사 등의 과학수사가 사실상 무의미해 목격자 진술 또는 탐문수사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불법체류자와 무국적자에 처벌유예기간을 주고 자진신고를 유도하는 등 정부의 법률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종우·최재훈·황성규기자 cj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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