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로 잇는 문화 혈맥·11] 정부·기업·국민관심 3박자 ‘프랑스의 힘’

‘공존과 공익’ 공감대가 문화강국 만들다

특별취재반 기자

발행일 2015-11-04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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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박물관
연간 방문객이 850만 명에 이르는 루브르박물관은 프랑스 문화예술기관 중 적극적으로 메세나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특별취재반

1979년 메세나진흥조합 ‘애드미컬’ 발족
16만여개 기업 참여… 기부금 규모 3조대
피말락·까르띠에·에르메스 등 후원활발
루브르박물관·퐁피두센터도 다양한 활동
기업과 단체잇는 문화예술기관 역할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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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현대사회는 문화예술활동이 정부의 지원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인식, 확고한 지원을 전통적으로 고수하던 프랑스조차 이제는 문화예술 재정을 늘리기 위해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프랑스에서 기업이 문화예술 분야의 후원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는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메세나 운동의 출발은 늦었지만, 1979년 영국의 A&B(Arts&Business)와 미국의 기업예술협의회(Business Committee for the Arts, BCA)를 모델로 한 상공업메세나진흥조합(Association pour le Developpement Mecenat Industriel et Commercial, ADMICAL)이 발족되면서 공동체 사회 차원의 메세나 논의가 본격화됐다.

현재 애드미컬에는 프랑스 내 16만여 개 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참여 기업은 2006년 800곳에서 2008년 3만곳으로 급증했으며,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기준 15만9천곳에 이르렀다. 기부 금액도 2006년 1억 유로(1천248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기준 28억 유로(3조4천950억 원)에 달할 정도로 대폭 늘어났다.

# 활발한 기업 메세나 활동

프랑스 금융사 피말락그룹은 루브르박물관과 10년의 파트너십을 자랑한다. 1997년 ‘보르게세의 검투사’, 1999년 ‘비너스 제네트릭스’, 2004년 ‘승마연습장’ 등의 작품과 전시 공간에 대한 복원·보수가 이뤄졌다.

1996년에는 문화유산재단을 설립해 정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유산을 찾아내 복원하는 등 다방면에서 메세나 활동이 진행됐다. 2006년 피말락그룹은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재단을 설립, 일반인들에게 현대예술의 창조를 돕고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데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 내 유명한 예술기관인 라숙스 예술인촌, 루브르 학교, 홍뿌앙 극장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파리 근교의 문화 소외지역 아이들에게 예술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했다.

보석, 시계 등 액세서리 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까르띠에(Cartier)는 프랑스 미술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1984년 재단을 설립해 프랑스 현대미술가를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재단에서 직접 미술가에게 제작비를 지급해 창작한 작품을 구입하거나, 이렇게 수집한 양질의 작품들을 토대로 전시를 기획한다.

또 매년 재단이 후원한 작가들을 중심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까르띠에 재단은 1986년 프랑스 애드미컬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프랑스 내에서 존경받는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히는 로레알(Loreal)도 베르사유 궁전 욕실 복원사업 지원에 나서는 등 기업 경영에 메세나 활동을 포함 시켰으며, 에르메스(Hermes)도 말 안장가게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말이나 기마문화와 관련이 있는 전시회나 공연의 경우 전폭적인 지원을 쏟는다. 유물전시회에 에르메스 소장품을 무료로 대여해주기도 한다.

퐁피두센터
초창기 공장 같은 외관 탓에 시민들의 반감을 샀지만, 지금은 현대미술의 메카로 자리 잡은 퐁피두센터. /특별취재반

# 문화예술기관의 역할

루브르박물관은 프랑스 내 문화예술기관 중 적극적으로 메세나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메세나 관련 부서에는 25명의 상근 직원들이 근무하며, VIP 초청·입장권 할인·리셉션 개최 등 기업 협력 관련 다양한 활동을 수행한다.

이에 매년 소액 기부자와 거액 기부자가 동시에 증가해 지난 2003년을 기점으로 기부금 예산도 500만 유로(62억여원)에서 3천만 유로(374억여원)로 껑충 뛰었다. 기부자 간 다양한 모임도 생겨나는 추세며, 기부금은 전시·보수·복원·작품 구입 등에 대부분 사용된다.

퐁피두센터는 세계적인 건축가 미국의 리처드 로저스와 이탈리아의 렝초 피아노가 설계한 초현대식 건물로, 초창기 짓다 만 공장 같은 모습을 드러냈을 때 파리 시민들은 분노에 가까운 반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현재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주요 건축물 중 하나로 현대미술의 메카로 손꼽히고 있으며 파리를 찾는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곳 메세나 활동은 퐁피두센터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기업을 중심으로 주로 전시 경비의 일부를 지원받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센터 내 퐁피두센터발전협회를 설치해 기업을 대상으로 기부금을 유치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상근 직원 외에 다수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기업 후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자선 관점의 사회공헌과 더불어 기업의 전략적인 마케팅 활동으로까지 발전한 오늘날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활발해지기 위해선 이처럼 기업과 문화예술단체를 연결하는 개인이나 기관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로르 쇼디(Laure Chaudey) 애드미컬 대표는 “점점 다양해지는 기업 마케팅을 만족시키고 동시에 수많은 문화예술단체와 윈윈(win-win)하려면 단발성 전시적 행태가 아닌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며 메세나협회나 문화재단, 예술기관 등의 중간자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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