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 추대된 유정복 시장의 ‘지론’

중앙정부-지방정부 상하관계 아닌 동등한 동반자

박현수 기자

발행일 2015-11-05 제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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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  유정복 전국 시도지사 협의회 회장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중앙과 지방이 상하로 인식되고 있는 틀부터 바꿔야 한다. 이런 상하 개념을 깨지 않으면 지방자치는 발전할 수 없다”며 “지방자치 발전이 곧 국가 발전이라는 점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협력 관계 속에서 현안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자신감 넘치는 지방자치론자
시·도의원 보좌관제 반대는 이기주의
정무직 시·도지사 급여 차관급 머물러
공공기관 명칭에 ‘지방’ 빼도 문제없어
안행부장관등 두루 경험 역사적책임감

◈지자체 목소리 키울 비책은
심각한 재정난 국가보조금에 끌려다녀
전시성 예산 감축 재정성과평가 필요
지방4대협의체 연합으로 협상력 확보
자치경찰제 등 분권과제 합리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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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인 지방자치가 아닌 실질적 지방자치로 전환할 때가 됐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중앙과 지방이 상하 관계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오류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지난달 16일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 제9대 회장으로 추대된 유정복(57) 인천시장은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인천시장이 전국 시장·도지사 대표를 맡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유정복 시장은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낸 데다, 박근혜 정부와 소통이 잘 이뤄진다는 점에서 시도지사들의 기대가 크다.

지난 3일 오후 인천시장실에서 만난 유정복 시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누구보다 지방자치의 현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저는 자칭 지방자치론자입니다. 내무부와 경기도 등에서 일했고, 관선·민선 기초단체장을 지냈고, 국회의원을 거쳐 지방자치단체를 총괄하는 안행부 장관도 역임했습니다. 지금은 인천광역시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는 “나에게는 지방자치 발전과 관련해 역사적 책임이 있다. 사명 의식을 갖고 있다”며 “자만이 아니라 지방자치의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해법까지 제시할 수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정복 시장은 지방자치를 왜 해야 하는지, 지방자치 발전을 저해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유정복 시장은 “중앙과 지방이 상하로 인식되고 있는 틀부터 바꿔야 한다. 이런 상하 개념을 깨지 않으면 지방자치는 발전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설명했다.

“안행부 장관을 지낼 때 시·도의원 보좌관 도입을 추진했습니다. 당시 지방의원은 보좌관을 두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 보라고 했는데, 아무도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지방의원은 자질이 떨어진다?’ ‘아직은 도입 시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시기는 언제입니까!”

유정복 시장은 “지방의원을 거쳐 국회의원이 된 분들이 적지 않다. 그럼 이분들은 자질이 안 되는데 어떻게 국회에 들어왔느냐”며 “시·도의원의 자질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방자치를 약화시키는 정치권의 이기주의”라고 했다.

또 “보좌관이 없다 보니 공무원에게 예속화되는 것”이라며 “보좌관의 ‘개인 비서화’를 우려한다면, 사무처에서 선발해 각 의원실에 배치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중앙정부에서 시도지사 급여를 차관급으로 한 것도 문제 삼았다. 유정복 시장은 “20년 전 임명직 때도 차관급이었다. 20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라며 “시도지사는 정무직이다. 정무직만의 급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급여를 올려 달라는 것이 아니다. 중앙에서 시도지사를 차관급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공공기관 명칭에도 수직적 상하 관계 개념이 숨어 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그냥 인천경찰청이라고 하면 됩니다. 왜 공공기관 명칭에 ‘지방’이라는 단어를 넣습니까. 명칭에 ‘지방’이 들어가야 하는 법적 근거도 없고, ‘지방’을 빼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인터뷰  그  유정복 전국 시도지사 협의회 회장8

유정복 시장은 “지방자치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인식 구조를 바꾸는 게 필요하다”며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개념을 새롭게 이해해야 할 때가 왔다. 그렇다고 중앙정부와 싸우겠다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 발전이 곧 국가 발전이라는 점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협력 관계 속에서 현안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인천 등 지자체의 재정난이 심각하다. 특히 국고보조금 제도의 경우, 지자체에서는 그에 맞게 예산을 매칭해 부담해야 한다. 이는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유정복 시장은 “지방 재정에 부담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보니,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보조금에 끌려다니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했다. 이어 “보조금 제도의 혁신이 시급하다”며 “지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사업에 맞춤형 보조금이 지원되어야 한다”고 했다.

유정복 시장은 지자체의 노력도 당부했다. 그는 “지역 실정에 맞는 세원과 세외수입 발굴 등 자체 세입 노력이 증대되어야 한다”며 “세출 부문에서도 전시성과 행사성 예산은 감축하고 재정성과 평가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등 4개 모임을 소위 ‘지방4대협의체’라고 한다. 유정복 시장은 중앙에 대한 지방의 대등한 협상력을 확보하고자 지방4대협의체를 한데 묶는 연합체를 결성할 계획이다.

“그동안 지방4대협의체는 사안별로 ‘같이 또는 다르게’ 활동했습니다. 중앙에 대한 지방의 협상력이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지방4대협의체를 아우르는 지방자치단체 연합체를 결성해 지방의 대등한 협상력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그는 “(연합체 결성은) 지방자치 발전에 관한 논의가 다소 산발적이었다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연합체를 중심으로 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참여하는 ‘공동 논의의 장’을 펼쳐 보고 싶다”고 했다.

또 “자치경찰제 도입, 지방자치-교육자치 일원화, 자치조직·입법권 확대 등을 지금까지 역대 정부에 제시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지방분권 과제들의 합리적 추진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나가겠다”고 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 임기는 1년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유정복 시장은 “기초단체장,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의정 활동, 지방자치를 책임지는 안행부 장관 등을 지낸 저의 경험을 높게 평가해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며 “회장으로 추대된 것에 대해 여러 시도지사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매우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시도지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지방의 공동 번영과 이익을 대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20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성숙한 지방자치가 정착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방분권 과제를 추진하겠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상하 기관이 아닌 동반자로 인식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유정복 시장은?

▲ 1957년 인천 출생
▲ 송림초·선인중·제물포고·연세대 졸업
▲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 연세대 정치학 박사 과정 수료
▲ 1979년 제23회 행정고시 합격
▲ 1994년 제33대 김포군수
▲ 1995년 제5대 인천 서구청장, 초대 민선 김포군수
▲ 1998년 초대 김포시장, 제2대 김포시장
▲ 2004~2014년 3월 제17·18·19대 국회의원
▲ 2010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 2013~2014년 3월 안전행정부 장관
▲ 2014년 7월~ 제6대 인천시장
▲ 2015년 10월~ 제9대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

■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광역자치단체장들로 구성된 협의체다.

전국 시도지사들은 1999년 1월 간담회를 열어 협의회 설립을 의결했으며, 그해 8월 31일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협의회 결성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협의회는 지방분권을 선도하고 시·도 공동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자 2005년 4월 사무처를 발족하는 등 선진 지방분권 국가 실현을 최종적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대담=박현수 인천본사 편집제작국장·정리=목동훈기자 mok@kyeongin.com·사진=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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