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없는 아이들, 두번째 이야기·하·끝] 이정호 외국인복지센터장의 안타까움

2세들 마음속 싹튼 ‘반한감정’… 한류 이미지 타격 ‘부메랑’

최재훈·이종우·황성규 기자

발행일 2015-11-05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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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불사한 귀국, 환경 반증
돌아간다해도 적응못해 착잡

이정호
이정호 남양주외국인복지센터장
“어린아이들이 화물칸에 짐짝처럼 실려가는 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아이들이 무슨 죄라고….”

이정호 남양주외국인복지센터장은 십 수년 간 외국인 근로자들의 복지를 위해 발 벗고 뛰었다. 이들이 처해 있는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해주기 위해 경제적 후원까지 자청하고 다닌다. 그의 본업은 신부다.

하지만 이들의 어려움을 알게 된 이후, 남양주 화도읍에 외국인복지센터를 만들어 이들을 돕고 있다. 물론 어떠한 대가도 없다. 다만 그들이 서투른 우리말로 “고맙습니다”라고 말해 줄 때면 보람을 느끼고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된다. 하지만 이 센터장이 미소를 짓는 날은 많지가 않다.

“불법체류자들은 그렇다 칩시다. 그 밑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태어난 아이들은 도대체 무슨 죄랍니까.”

그는 국내 체류 중인 불법체류자와 그 2세들이 너무나 비참한 생활을 하는 모습을 많이 봐 왔다며 이들의 열악한 성장 환경을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이들이 얼마나 형편없이 살아가는지에 대해선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다 잘 알지만, 그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 나서진 않는다”며 “이럴 바에야 차라리 부모의 나라로 돌아가서 떳떳하게 학교도 다니고 의료혜택도 받으면서 사는 편이 개인적으로 훨씬 낫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실제 그는 불법체류 중인 부모들과의 수많은 상담을 통해 그들의 2세를 몇 차례 고국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이 과정 또한 그에겐 아픔의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아이들이 돌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비참한 줄 압니까.” 이 센터장에 따르면 국적없는 아이들은 고국에 제대로 돌아갈 수조차 없다. 여권이 없으니 브로커를 통해 아이들을 화물칸 같은 데 짐짝처럼 실어 보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죽음의 위험까지 무릅쓰고서라도 이 길을 택한다는 건 그만큼 이곳에서의 생활이 비참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부모의 나라에 돌아간다 해도 적응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센터장은 “올해 초 방글라데시를 방문했을 때 한국에서 돌보던 아이를 만났는데, 그 아이는 나를 보자마자 한국에 가고 싶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곳은 아이들에게 부모의 나라일 뿐 이미 한국 문화에 젖은 아이들에겐 더더욱 낯선 환경이기 때문에 또 다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이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보며 너무나 마음이 착잡했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이 아이들에게서 반한(反韓)감정이 싹트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국적 없는 아이들의 마음 속에, 한국은 자신들을 멸시하고 억압하기만 한 증오의 대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그 아이들이 성장하며 그 덩어리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 문제”라며 “국내에서는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잠재 세력으로, 국외에서는 반한 운동 형식으로 우리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게 될 것이다. 이는 한류를 주창하는 국가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데도 언제까지 남의 문제로만 여길 것인가. 이건 현실적이고 심각한 우리의 문제”라는 게 그의 외침이다.

/이종우·최재훈·황성규기자 cj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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