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 한국형 블랙 프라이데이의 정착화

내수경기 살려보겠다는 행사 ‘초라한 성적표’
급조된 계획·과정으로 질과 내용 ‘낙제 수준’
정부, 특화된 수요와 불황극복 ‘정책제시’ 필요


2015110501000353100018091
심재호 경제부장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옛 속담이 그대로 재현된 것 같아 씁쓸하다. 지난달 2주 일정으로 진행됐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전형적인 급조행사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정부가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전통시장까지 참여하는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진행한 의욕과 달리 효과에서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바닥의 내수경기를 살려보겠다는 의지로 출발한 행사지만 받아든 초라한 성적표에 머쓱하기만 하다. 사실상 좋은 취지의 포장만 벗기면 백화점 업계 세일행사의 모음전에 불과했다는 것이 세간의 솔직한 평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참여업체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20% 이상의 매출 신장을 거뒀다는 결과치를 내놨다. 내년에도 행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행사 성패에 대한 엇갈린 시장평가 속에서도 그나마 확실한 명분이 있는 까닭에 이 행사에 이의를 달진 않는다. 다만 급조된 계획과 과정, 결론에 이르기까지 행사가 남긴 부족분이 좋은 명분을 앞선다. 행사의 질과 내용이 거의 낙제 수준이란 혹평을 피할 길 없는 까닭이다.



행사의 모델이 됐던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 다음날, 연중 가장 큰 규모의 쇼핑이 행해지는 날이다. 소매업체의 경우 1년 매출의 70%가 이날 이뤄진다고 하니 팍팍한 우리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장기불황과 바닥을 친 내수 등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세일 행사도 나름 의미가 있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 어찌된 결과를 만들건 성장률 한계로 내수의 더큰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내년 행사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는 모양새다. 정부는 시장의 절박감에 화답하듯 여기서 정례화까지 거론하며 행사의 연례적 정착화까지 언급했다. 내수회복을 위해 한국을 대표하는 ‘쇼핑축제’의 상징적 존재감과 침체된 시장을 견인할 촉매제가 절실해서인지도 모른다. 행사 보완 방법론으로는 행사준비 기간을 최소 6개월로 잡고 업계에 충분한 준비기간을 주겠다고 한다. 급조행사에 공감하며 흥행의 맥을 제대로 짚지 못한데 따른 반성의 결과물처럼 보인다.

처음부터 행사의 완벽성을 기대했다면 분명 욕심에 불과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 전체를 상대로 하는 국가 상징적 행사가 시장에 실망감을 안기는 졸작으로 내몰려선 안된다. 역대적으로 참여 업체 모집에 급급한 공급 위주의 행사를 보면 대부분 보여주기식으로 끝나는 경우가 흔했다. 최근 국내 유통업계는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 직후 별도의 ‘통 큰 세일’을 하겠다며 뒷북을 치고 있다. 일전의 국가세일 행사의 선택과 집중이 잘못된 실례다. 게임을 끝낸 복싱선수가 경기 후 남은 체력을 자랑하는 모순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내년에 이어 앞으로 정례화될 행사를 계획한다면 철저하게 한국식으로의 특징적 행사 정착을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례로 다음의 소비 타깃은 불안한 미래에 지갑을 열지 않는, 은퇴를 앞둔 중년층의 불안한 소비 심리를 되살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특화된 수요를 만들어가며 우리만의 독특한 ‘코리아 형’ 블랙 프라이데이로 정착되길 기대하는 이유다. 아울러 장기불황과 소비구조를 막는 현 상황을 극복할만한 정책 제시와 대안 마련이 소비자가 원하고 시장이 안정되는 국가 최고의 세일행사일 것이다.

/심재호 경제부장

경인일보 포토

심재호기자

sjh@kyeongin.com

심재호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