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인종·마약·총기

이백철

발행일 2015-11-09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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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생후 구금·엄벌로
사회적 비용 감소시킬 수 없다
사전 예방차원서 따뜻한 정치로
소수인종과 공동체 이루고
극빈·소외계층의 복지와 기회를
확대하는 등 근본대책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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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미국의 범죄학자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범죄문제를 논할 때, 미국과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으로 나열하는 몇 가지가 있다. 미국만이 안고 있는 문제로서 인종, 마약, 그리고 총기를 언급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는 국가가 짊어져야 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거론하곤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오늘날에도 사법경찰관이 흑인 청년이나 심지어는 흑인여성들에게 까지 집단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사건을 종종 접할 수 있다. 또한 흑인이 감옥 생활을 하는 비율은 백인의 6배이며, 경찰의 총격으로 흑인 청년이 숨질 확률이 백인청년보다 21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뿌리 깊은 인종차별 문제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마약과 관련해서도 미국 역대 대통령들에게 마리화나를 흡입한 적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아니요’라고 답변한 대통령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이는 미국이 80년대 이래 ‘마약과의 전쟁’을 국가적 어젠다로 선포하고 강력하게 처벌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마약이 전 계층을 막론하고 널리 만연해 있다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최근 콜로라도, 워싱턴을 포함 4개주에서는 기호용 마리화나가 합법화되기에 이르렀다. 미국인의 58%가 마리화나의 합법화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의 결과도 있다.

미국에서 총기소유 또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존재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총 구하기가 신선한 채소 구하기보다 더 쉽다’ 는 오바마 대통령의 언급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누구나 총기를 쉽게 소유할 수 있어서 그로 인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11세 소년이 8세 소녀아이를 단지 애완견을 안보여 준다는 이유로 엽총을 난사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오리건 주의 대학 캠퍼스에서도 총기난사 사건으로 10여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이 사건이 올해 학교 내 총기사고로서 45번째라는 놀라운 보도도 있었다.

미국은 명실상부하게 세계의 최강국임은 분명하지만 범죄문제에 있어서만은 그 명성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특히 총기사용으로 인한 범죄의 발생은 미국적 특수한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현재 일반인이 소유한 총기의 수는 약 2억7천만 정으로 추정될 뿐만 아니라 매년 약 500만 정씩 증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인 1인당 거의 1정의 총기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내에서 총기 사고로 매일 약 80명씩, 연간 약 3만 명이 사망한다는 통계도 있다.

그런데 근간에 미국만이 앓고 있었던 인종, 마약, 총기와 같은 문제들이 우리나라에도 서서히 나타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흑백문제와 같은 인종분규는 없지만, 타국적의 체류외국인의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서 다인종사회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타국적인에 의한 각종 범죄가 증가일로에 있다. 이들 범죄의 절대적인 수치도 증가하고 있지만 더 염려되는 것은 살인을 포함한 강력범죄의 증가율이 내국인 범죄의 증가율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약사범 역시 일부 조직폭력배나 유흥업소 종사자들에 한정되었던 범위를 넘어 근간에 사회 부유층 및 일반인들에게 까지도 널리 퍼져나가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다. 또한 총기와 관련해서도 최근 민간인들에 의한 엽총난사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하여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 사건들이 병영내 군인들이나 탈영병에 의한 사고가 아닌 민간인들 간의 금전적 다툼에서 총기가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총기문제의 새로운 국면을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미국이 인종, 마약 및 총기문제로 치르고 있는 사회적 비용을 담 너머 남의 일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시점이 다가오지 않을까 염려가 앞선다.

따라서 오늘날 미국의 경험이 무엇을 시사하고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건이 발생한 후 위법행위를 한 소수인종을 대량구금하고 마약이나 총기사범에 엄벌만을 가하는 사후대처 방식으로는 사회적 비용을 결코 감소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보다 사전 예방적인 차원에서 따뜻한 정치로 소수인종 사회와의 공동체를 이루어야 하고, 극빈층과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와 기회를 확대하는 것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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