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도시 브랜드와 도시 거버넌스

김창수

발행일 2015-11-11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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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EOUL.U’ 독자적 의미 전달능력 못 갖춰 논란
브랜드 제정할때 전문가·시민·외국인 참여 필수
각 주체 소통하는 실용적 거버넌스체계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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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객원논설위원·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서울시가 2016년부터 사용할 새 도시브랜드로 ‘아이·서울·유(I.SEOUL.U)’를 선정 발표했으나, 곧바로 의미가 모호하다는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서울시는 9억원을 들여 개발한 새 브랜드에 대한 논란이 새로운 이름에 대한 관심의 표현으로 낙관하고 있지만 산통치고는 너무 커 보인다. 브랜드 슬로건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며, 정치적 이해관계도 암암리에 작동되게 마련이다. 그런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겠지만, 몇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새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는 국내 여러 도시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 새브랜드는 선정 과정과 조어 방식을 보면 혁신적 요소도 많다. 특히 브랜드 선정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점이다. 새브랜드는 시민 사전투표, 시민심사단 1000명의 현장투표, 전문가 심사단 현장투표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선정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10만명 이상의 서울 시민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하니 거버넌스의 모범사례라 할만하다. 또 서울시의 새 브랜드는 도시명에다 ‘Dynamic’, ‘Colorful’ ‘Fly’ 과 같은 수식어를 붙이는 종래의 브랜딩 방식을 벗어나 시민(‘I’)을 브랜드의 핵심요소로 도입했다. 이런 명명법은 국제적 트렌드를 반영한 국내 첫 사례라 할 수 있다.

서울시의 새 브랜드가 논란의 대상이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브랜드가 독자적 의미 전달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시 브랜드는 설명 없이도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직접적인 환기 효과를 위해 기업이나 도시들은 브랜드 제작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다. 뉴욕시의 브랜드 ‘I ♥ NY’에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하트가 뉴욕의 특산물인 사과를 의미한다는 설명이 추가되기도 하지만 이는 디자이너들의 주관적 스토리텔링으로 일종의 덤일 뿐 몰라도 그만이다. 암스테르담의 ‘I amsterdam’(내가 바로 암스테르담!), 독일 베를린의 ‘Be Berlin’(베를린이기에!)과 같은 슬로건 역시 단순하며 설명의 여지가 없다. 오히려 단순성 때문에 의미도 풍부해지고 여운도 남는 것이다. 전달력이 떨어지는 브랜드에 ‘공존’이나 ‘플랫폼’과 같은 추상적 해석을 덧붙이려 하니 네티즌들의 반응은 더 까칠하다. 차라리 설명 없이 브랜드만 내놓은 것만 못하다.

서울시의 새 브랜드는 읽는 맛이 없다. 오히려 ‘아이. 서울. 유’는 툭툭 끊어 읽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베를린의 슬로건 ‘Be Berlin’은 ‘Be’를 반복 사용하여 두운 효과를 활용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의 ‘I amsterdam’은 ‘I am’과 ‘Amsterdam’을 중복 철자를 축약한 끝말잇기의 즐거움이 들어 있다. 이 같은 음운 효과는 영어 원어민들이 선호하는 표현 관행으로 리듬감과 즐거움을 주며, 기억하기에도 좋다. 코카콜라(Coca-cola)가 탄산음료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된 데는 상품명의 기여가 크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시의 브랜드 제정과정에 시민참여 방식이 이벤트 중심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베를린시나 싱가포르의 브랜드 제정과정은 참고가 될 수 있다. 베를린시는 2008년부터 무려 4년 동안 시민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외국인 참여 이미지 조사와 국제적 홍보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여 성공한 사례이다. 싱가포르의 브랜드 ‘유어 싱가포르(Your Singapore)’도 본래는 관광청 슬로건이었는데 시민들과 관광객의 호응을 확인한 다음에 공식 도시 브랜드로 채택했다. 도시 브랜드 제정은 종합예술이자 도시가 가진 거버넌스 능력의 실험이다. 거기에는 디자인과 마케팅 전문가는 물론 언어와 스토리텔링 전문가, 시민과 외국인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각 주체가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실용적인 거버넌스 체계에 대한 집중적 고민이 필요하다.

/김창수 객원논설위원·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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