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하류 무역삼각지대를 가다·5] 잠재력 풍부 러시아 하산

“동해로” 러 원대한 꿈 담긴 전초기지

김종화·황준성 기자

발행일 2015-11-17 제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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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러시아 하산은 중국·북한과 접경이라는 지리적인 이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산/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

북한 천연자원, 철도 운송 가능
한국과 교류 최일선 ‘핵심 지역’
시베리아횡단열차 연계도 추진

연해주 더딘 발전속도등 걸림돌
아직은 시골… 미래 기대되는 곳


두만강 하류를 경계로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곳 러시아 하산. 하산은 90년대부터 중국과 러시아가 동북아 물류 거점 지역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계획한 곳이기도 하다.

중국은 자국의 본토와 동해 연결 교두보, 러시아 유라시아 횡단열차와 한반도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런 중요한 지역으로 꼽히는 하산이지만 지난달 취재를 위해 방문했을 당시의 모습은 한적한 시골마을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드넓은 대지에 나무와 풀들이 아무렇게나 자라고 있고 또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지역은 도로를 비롯한 도심 인프라가 잘 정비되어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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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의 흔적 속에 그려진 하산

하산은 조선말, 그리고 일제강점기 초기 고려인이 개척한 땅이자 독립군의 주 활동지였던 곳이다.

안중근 의사가 1909년 3월 항일투사 11명과 함께 동의단지회(同義斷指會)를 결성하고 왼손 넷째 손가락(무명지) 첫 관절을 잘라, 혈서로 ‘大韓獨立(대한독립)’이라고 쓰며 항의투쟁의 의지를 다졌던 곳이 바로 이 곳 하산이다.

그리고 조선후기 굶주림과 일제의 폭압을 피해 러시아로 떠났던 한인들이 연해주로 이주해 첫번째 개척한 마을인 지신허(地新墟) 마을이 있는 곳도 이곳 하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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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에는 안중근의사를 비롯한 동의단지회 12인을 기념하는 단지동맹비가 있다.

하산은 고대 국가인 고구려와 발해가 동해 진출을 위해 전략적 요충지로 여겼던 곳이기도하다.

중국에게 하산은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하산은 한국의 고대 국가가 멸망한 후 중국의 변방으로 편입됐지만 이훈조약과 베이징조약을 잇따라 맺으며 하산과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연해주 일대를 러시아에 내줬다.

이로 인해 중국은 자력으로는 동해에 진출할 수 없게 됐다.

러시아는 하산을 자국의 영토로 편입했지만 1937년 스탈린이 고려인 이주정책을 진행하기 전까지 한반도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척박한 연해주 일대를 개척하면서 살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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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와 러시아를 이어주던 항구인 자루비노항은 노후화되어 투자가 필요한 실정이다.

# 물류 중심 도시를 꿈꾸는 하산

러시아에게 하산은 매력적인 곳이다.

북한의 천연자원을 철도를 통해 자국으로 가져 올 수 있는 거점 도시이기도 하고, 철저하게 닫혀 있는 북한이 개방 정책을 펼칠 경우 한국과 교류할 수 있는 최일선 지역이 하산이다.

또 동해를 통해 가깝게는 일본, 멀게는 미국을 비롯한 아메리카 대륙의 국가들과 교역을 꿈꾸는 중국에게 있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지역이 하산이기도 하다.

지난달 하산을 직접 찾았을 때 이미 러시아가 하산과 북한의 나진을 잇는 철도 개보수를 마치고 러시아의 물자가 나진항을 통해 환동해로 반출되고 있었다.

실제 지난 9월말 기준 나진과 하산간 물동운송량은 88만7천여t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비 9배 늘어난 교역량이다.

러시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통해 내륙의 물자를 환동해로 운송하는 물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해와 맞닿은 하산에서 시작하는 철도가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될 경우 모스크바를 경유해 바로 유럽으로 운송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로 30일 넘게 걸릴 물류 운송시간을 TSR을 통하면 10일 안으로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도 북한과 연결된 경원선(TKR)을 개·보수해 TSR과 연결하는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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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철도가 두만강을 건너 첫번째 도착하는 하산역 내부 모습.

# 개발의 손길이 필요한 하산

물론, 아직은 먼 훗날 이야기로 들린다.

한국과 북한의 관계 개선과 수십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경원선 복원비용이 과제로 남아있다.

또한 러시아 연해주의 발전 속도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하산은 북한과의 연결구인 하산역을 제외하고 건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을 정도로 아직 미개발지역이다.

흙과 벽돌로 된 몇몇 집들만 있을 뿐, 주위를 둘러봐도 산과 갈대, 습지, 바다만 있다.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는 이곳에 대한 원대한 꿈만 꾸고 있지 아직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은 없다.

심지어 지난해까지만 해도 속초를 오고가는 배들이 정박하던 자루비노항도 70년대 항구를 연상 시킬 정도로 낙후돼 있었다.

자루비노항에는 녹슨 소형 크레인 7대가 운영 중이었으며, 물류창고로 보이는 건물도 곧 무너질 듯 보였다. 호텔이나 여객 터미널 같은 시설물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인근의 포시에트 항구도 다를 바 없었다.

포시에트항은 연해주의 풍부한 지하자원인 석탄의 수출 전략 항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외의 교역항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유일하게 차로 3시간 거리인 60만 인구가 사는 블라디보스토크만 러시아 연해주에서 도시와 항구의 기능을 하고 있었다.

하산/김종화·황준성기자 jhkim@kyeongin.com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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