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경기도립무용단 ‘황녀 덕혜’

통일감·역동성 ‘집중력 높은 춤’ 마력

김경애 기자

발행일 2015-11-18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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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 덕혜
경기도립무용단 제공

경기도립무용단이 김정학 예술감독 부임 후 첫 대작을 올렸다.지난 13~14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선보인 신작 ‘황녀 덕혜’는 우선 호기심을 자극할 강한 메시지가 담긴 소재를 다뤄 어느 정도의 대중적 성공이 예측됐다.

격동의 드라마가 있는 구한말 고종의 딸로 태어나 일본인과의 결혼과 파경, 정신질환, 귀환 후 낙선재에서의 말년 등 최후의 공주, ‘마지막 황녀’로 불렸던 덕혜옹주의 삶은 그 자체로 우리나라의 역사성과 국가사회와 개인의 인격의 상관성 등 무수한 관점에서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정학 예술감독을 중심으로 노현식 안무가 등 제작진은 다양한 시점이 가능한 이 소재를 덕혜옹주의 내면에 초점을 두고 개인의 삶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너지는 심리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따라서 주역인 덕혜옹주의 춤 연기력과 카리스마가 작품 전체의 키를 쥐고 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총 7개의 큰 장면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3명의 덕혜옹주를 등장시킨다.

초반부 어린시절, 일본인 소다 유케키와의 결혼과 실패, 그 어두운 시절까지, 그리고 귀국후의 마지막 황녀로서의 망국의 한을 지닌 여성의 말년까지를 최지혜, 최은아, 박지유가 맡아 열연하는데, 이들의 신체조건과 기량, 춤연기력이 극을 성공시키는 요체가 된다.

최지혜는 고종의 죽음을 접하는 격랑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상황을 거대한 초상화가 해체되면서 무빙 테이블로 조합되는 속에서 갇힘의 대상으로 표현된다. 최은아의 덕혜옹주는 이 작품의 절정이다. 무대를 일본 다다미를 연상시키는 직사각형으로 좁히고 창호의 벽을 세웠다.

일본의 ‘젠’ 분위기 속에서 분홍색 기모노를 풀어던지고 소 다케유키(안문지, 김상열 더블캐스트)와 추는 2인무는 압권이다.

강제로 부부가 되는 불협화음의 상황을 묘사한 이화(異化)의 2인무에서 상황을 함축하는 안무자의 능력과 이를 소화해내는 무용수의 뛰어난 기량, 세련된 미술적 요소가 합해져 우수한 장면을 연출해낸다. 박지유의 덕혜옹주는 환영(幻影)과 환청 속의 자신을 견디고 의연한 죽음을 맞이하는 성숙한 춤을 보여준다.

사실 한 인간의 심리적인 상태에 초점을 둔 단일성으로 관객을 몰입시켰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얼마나 주역진의 춤이 집중도가 있었는지를 말해준다. 주역을 중심으로 통일감 속에 펼져진 다양한 장면들은 역동적 변화로 관객을 흡입시켰다. 무대는 모던하고 미니멀한 편이다.

극의 전개에 필요한 최소치의 표현적 요소를 전개시켜 보여주는 장치가 아니라 무용수의 움직임 속으로 들어오는 활용성을 택했다. 텍스트가 극명하고 고종 등 주변인물들이 의도적으로 배제된 집중력은 좋았으나 환영이나 환청의 군무 반복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경애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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