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말이 씨가 된다

안희욱

발행일 2015-11-19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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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IS테러·메르스 등 발생땐
경제도 일시적인 패닉상태 빠져
현재 우리 경제는 침체기로
적잖은 어려움 겪고 있지만
‘앞으로 잘 될거야’ 말 하다보면
분명 진일보한 결과 불러올 것


안희욱
안희욱 한국은행 인천본부장
지난 주말(현지시간으로 금요일 밤) 프랑스 파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테러가 발생하여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전 세계가 테러의 공포에 휩싸였고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안전한 곳으로 피하려는 위험 회피적인 행동을 했다. 경제 쪽에서도 비슷한 행태가 나타났는데, 월요일에 금융시장이 개장되자마자 각 국의 주가가 급락하였고 상당수 국가에서는 환율이 요동쳤다. 그러나 이런 이상 행태는 채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화요일부터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았으며 파리 시민들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빨리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각 국 정부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기본적으로 현명한 시민들 덕분이라고 생각해본다. 즉 사람들은 2001년 뉴욕에서 있었던 9·11 테러의 영향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던 것과 함께 두 달도 되기 전에 경제가 다시 원상회복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경제는 일시적으로 쇼크를 받을 수 있겠지만 결국 기초체력(fundamentals)에 따라 좌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나아가서 일시적인 어려움에 굴복하면 손해만 볼 뿐이라는 인식도 함께 하게 되었다. 이런 교훈 덕분으로 2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히 전쟁과도 같은 엄청난 사건을 단 하루 만에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교훈은 9·11 테러 사건이 유일한 것이 아니다. 가까이는 지난 5월에 시작된 우리나라의 메르스 사태도 이와 비슷하다. 생경한 전염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집단적 불안 심리를 형성하더니 급기야는 경제에 대한 비관적 기대로 비화하면서 결국에는 우리 경제가 얼어붙어 버렸다. 메르스가 극성이었던 지난 6월에 시민들의 경제 심리상태를 나타내는 소비자 동향지수(CSI)를 보면 소비지출 항목뿐 아니라 경기판단, 취업기회, 생활형편, 가계수입 등 모든 지표가 일제히 하락하였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한 심리는 실제 경제활동으로 이어져 이후 우리나라의 소비와 생산활동이 크게 위축되어 버린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경제학계에서는 이렇게 어떤 계기로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한쪽 방향을 예상하면 실제로 경제가 그 상태에 빠지게 되는 현상을 ‘자기실현적 예언 (Self-fulfilling prophecy)’이라고 명명하면서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이는 말 그대로 경제주체들이 예상하는 대로 결과가 이루어진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을 할수록 실제로 경기가 침체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앞서 테러 발생 직후 프랑스 국민들이 보여준 ‘일상을 즐겨야 테러를 이길 수 있다’는 긍정의 슬로건이 그것이다. 프랑스의 저력을 믿고 이제껏 해왔던 대로 그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가장 강력한 對테러 활동임과 동시에 프랑스 경제가 계속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우리도 이런 생각과 행동을 보이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금 우리 경제는 경기부진 등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앞으로 잘 될 것이라는 말을 주고받다 보면 분명 진일보하게 될 것이다. 사실 우리 경제는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괜찮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이후 OECD 회원국 중에서 경기침체(학계에서는 두 분기 연속해서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경우로 정의한다)를 경험하지 않은 몇 안 되는 국가 중의 하나이다. 최근 발표된 일본의 경제성적표가 ‘세 개의 화살’이니 뭐니 하는 화려한 경제정책에도 불구하고 두 분기 연속하여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적어도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기에는, 대단한 것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말이 씨가 된다’고 했다. 이왕이면 좋은 말, 격려와 희망이 가득 찬 말을 주고받자. 그러면 우리 경제도 틀림없이 그렇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안희욱 한국은행 인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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