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 인천의 가치찾기와 토정의 비결

컨트롤타워 없어 ‘억지성 가치 재창조사업’ 많아
토정 ‘개인 잇속 차리지 않은 어부’ 최고인물 꼽아
타시도와 대결구도 벗어나 한반도 전체 연계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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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인천 연관 인물 중에는 토정(土亭) 이지함(李之함)이 있다. 토정은 16세기 조선의 학자이자 기인인데 ‘토정비결’의 저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토정과 인천을 연결하는 매개로는 의병장 중봉 조헌과 소설 ‘임꺽정’을 들 수 있다. 인천의 율도를 개척한 중봉 조헌은 토정에게서 학문을 배운 막역한 사이였으며, 계양산에서 검술을 배운 임꺽정과는 제주도 가는 길동무가 되기도 했다. 토정 이지함은 인천의 인물과 인천의 문학을 훑어가면서도 빼놓기가 쉽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확실한 인천 연관 인물이다.

인천시가 2016년도에는 유정복 시장이 화두로 던진 ‘인천의 가치 재창조’ 사업에 집중할 모양새다. 토정 이지함을 먼저 얘기한 것은 인천의 가치를 말함에 있어서 토정의 인물관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인천시는 아직 무엇이 인천의 가치인지 뚜렷한 개념을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예산 중 1천300억원이 넘는 돈을 ‘인천 가치 재창조’ 사업에 쓰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세부 항목별로 보면 많은 부분이 억지로 인천의 가치란 말만 붙여 놓은 것들이다. 이 사업을 끌고 갈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인 듯하다.



모든 일은 어떤 사람이 진행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리 나타나게 마련이다. 인천의 가치 재창조 사업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대목에서 토정 이지함의 상상을 뛰어넘는 독특한 인물관을 보자. 한반도 전국을 누비며 수많은 인물과 교유한 토정이 최고로 친 인물은 양반계층이 아닌 충청도와 전라도를 오가면서 고깃배를 부리는 어부였다. 부인과 외동딸, 이렇게 셋이서 배를 집 삼아 생활했다. 토정이 보기에 배를 부리는 기술이며 잡은 고기를 요리하는 솜씨가 당대 최고였다. 토정이 이 솜씨로 하여 최고의 인물로 친 것이 아니다. 그의 상도(商道)에 있었다. 외동딸이 엄마가 밖에 나간 사이에 고기를 팔게 되었다. 딸은 엄마에게 값을 잘 받았다면서 자랑했다. 엄마가 두 배나 많이 받은 사실을 아버지가 알면 크게 노할 것이라면서 얼른 뒤쫓아 가서 돌려주라고 성화하는 바람에 딸은 절반이나 되돌려 주어야 했다. 토정은 여기에 주목했다. 그 뒤로 이 어부는 토정이 존경하는 인물 1순위에 올랐다. 토정의 인물 평가 최우선 순위는 개인적 이해에 치우치지 않는 점이었다. 빈부귀천을 떠나 자신의 잇속만을 차리지 않는 사람을 높이 친 것이다. 그게 바로 토정 이지함이 사람을 평가하는 비결이었다.

인천은 역사적으로 한반도의 땅덩어리에 피해가 있을 때마다 가장 큰 타격을 받고는 했다. 분단의 가장 큰 피해 지역 역시 인천이다. 인천의 가치 찾기는 한반도 전체적인 그림 아래서 진행되어야 한다. 인천의 가치를 드러낸다면서 타 도시와의 대결 구도를 빚어내서는 안 된다. 인천의 가치는 늘 한반도 전체와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인천의 가치 찾기는 어쩌면 국가적 프로젝트인지도 모른다.

인천의 가치 재창조, 그 일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내년도 예산안에 담긴 인천의 가치 재창조 사업을 보노라니 돈 냄새를 맡는 사람들이 많이 달려들 것만 같다. 지금까지 있었던 여러 대형 사업이 그렇게 진행됐고, 그래서 별다른 성과 없이 돈만 낭비한 채로 끝나기 일쑤였다. 개인적인 잇속에 밝지 않고 공공성을 앞세우는 사람을 택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인천 가치 찾기의 미래가 달려 있다. 유정복 시장은 토정의 눈으로 사람을 찾아 앉히기를 바란다.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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