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 한국 야구는 맛있다

‘2015 WBSC 프리미어12’ 일본에 극적인 역전승
‘3번째 도쿄대첩’… 日 얄팍한 수작에 굴복 안해
결승전서 박병호 3점홈런 국민들에 큰기쁨 안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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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윤 체육팀장
야구 때문에 속이 시원하다.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간 기분이다. 그렇게 얕은 수를 써서라도 초대 우승컵을 가져가려고 하는 일본의 속셈을 보기 좋게 무너트렸고, 야구 종주국 미국 마저 제압했다. 빠른 야구와 정밀한 타구, 그리고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력 속에서의 희생정신은 한국 야구의 맛이다. 정말 야구 맛있다.

한국 야구사에 있어 가장 통쾌한 기억은 역시 ‘숙명의 라이벌’ 한·일전 일 것이다. 이 가운데 2015년 11월 19일은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을 새로운 역사가 세워진 날이다. 잘 난 맛에 살았던 일본은 한국 야구에 침몰당했다. 한국은 일본과의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준결승전에서 9회말 4-3,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시속 160㎞의 강속구를 뿌려됐던 일본 투수들은 한 순간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패색이 짙었던 순간에도 태극전사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11·19 도쿄돔 대첩’을 완성 시켰다.



한국 야구사에 있어 도쿄 대첩은 이번이 3번째다. 2006년 3월 5일,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첫 번째 도쿄돔 대첩이 나왔다. 당시 1-2로 뒤진 8회초 1사 1루에서 이승엽은 이시이 히로토시에게서 역전 우월 투런포로 역전승을 거뒀다. 우리는 이 경기를 도쿄 대첩의 서막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09년 3월 9일. 2번째 도쿄 대첩이 재현됐다. 제2회 WBC A조 1-2위 결정전에서 한국이 일본을 1-0으로 물리친 것이다. 승리의 주역은 ‘봉의사’ 봉중근 이었다. 선발 투수 봉중근은 일본의 강타선을 5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그리고 세 번째 도쿄 대첩이 나왔다. 더 반전이었다. 한국 타자들은 일본의 ‘괴물투수’ 오타니 쇼헤이에 막혀 7회까지 단 1안타만 쳤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아웃카운트 3번의 기회에서 반전을 일으켰다.

이번 대회가 더 속시원했던 이유는 WBSC와 일본의 얕은 수작에도 결코 굴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승 우승’, ‘세계 제일’을 외치는 일본은 한국을 들러리로 삼았다. 특히 예선전부터 8강전까지 대만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B조 개막전 한·일전만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었다. 한국은 8일 삿포로돔에서 경기를 치르고, 대만으로 이동해야 했다. 훈련 배정도 한국에 불리했다. 개막전 전날인 7일 삿포로돔에서 축구 경기가 열린 탓에 한국은 경기 당일에야 삿포로돔을 처음 밟았다. 또 B조 예선 마지막 경기인 15일 미국전이 끝난 뒤 8강 경기 장소와 경기 시간을 통보 받는 등 불리한 상황만 이어졌다.

결국 선수들은 한국-일본-대만-일본으로 이동하는 험난한 일정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정표가 또 나왔다. 당연히 18일 오후에 도쿄로 이동해 20일 준결승전을 치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준결승전이 19일에 열린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대회 규정에 ‘일본이 4강에 오를 경우, 일본 경기는 무조건 19일에 치른다’라는 조항이 첨부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모든 악재를 참아내며 결승에 올랐고, 마침내 미국을 8-0으로 대파하며 불합리한 이번 대회를 모두 잠재웠다. 특히 미국과의 결승에서 4회에 터진 박병호의 3점 대형 홈런은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박병호나 국민들에게 기쁨을 한꺼번에 던져주었다.

한 소녀 팬은 한국 대표팀이 우승하고 22일 귀국하던 날 이런 말을 건넸다. “우승해줘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이다. 한국 야구 역시 맛있지 않은가.

/신창윤 체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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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cy21@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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