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

[보통 사람들] 용인 기흥보건소 의사공무원 유병희 옹

여든하나에 의료 현역

그의 시계는 아직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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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유병희 의사가 용인시 기흥구보건소 구성이동진료소에서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용인/홍정표기자 jph@kyeongin.com

지난해 계약직 취업 주로 노인환자 상대
지기 대하듯 편히… 고령 불만 잦아들어
“급여 적어도 보람 건강 허락하는한 근무”


“아이구, 그저 내 일 하고 있을 뿐인데 인터뷰는 뭘….”

23일 오전, 용인시 기흥구보건소 구성이동진료소에서 만난 유병희 의사는 80을 넘어선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건강해 보였고, 자세는 꼿꼿했다.



서울대 의대에서 이비인후과를 전공한 그는 이곳에서 보건 의사로 일하는 현역 공무원이다. 1935년 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여든하나인 고령이다.

전국에서 가장 나이 많은 공무원 아니냐고 하자 “그런 생각은 안 해 봤다. 이 나이에도 일할 수 있으니 아마도 노인분들에게는 부러운 대상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검은색 셔츠에 흰 가운을 걸친 그의 얼굴은 활력이 넘쳤고, 환자에게 건네는 말투는 부드럽고 온화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기흥보건소가 공모해 뽑은 계약직 의사로, 80세 늦은 나이에 공직에 재입문했다. 1967년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하고 2년여를 시립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잠시 공직생활을 했다고 한다. 무려 47년만의 귀환인 셈이다. 오랜 세월 개업의를 했고, 한때 노인요양원 몇 곳에서 진료도 했지만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한다.

“공직은 묘한 매력이 있어요 급여는 적지만 보람이 있지요.” 자택이 있는 분당에서 출퇴근하는 그는 하루 평균 40~50명의 환자를 만난다.

“주로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는 노인분들이 저를 찾아옵니다. 약 처방을 해 주고 상담도 해 줍니다” 처음 그가 어렵다던 노인 환자들이 이제는 오랜 지기나 형님 만난 듯 편하게 대한다고 한다.

“왜 우리 동네에 나이 많은 의사들만 오느냐고 불만이 있었지요. 지금은 그런 말 안들려요” 동료 직원인 심지윤씨는 “유 선생님이 왔을 때 이런저런 볼멘소리가 있었지만 어느 순간 뚝 끊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 선생님은 근무한 지 만 1년밖에 안됐지만 오래 근무하는 경우에 속한다”고 했다. 연봉이 5천만원도 안되는 데다 까다로운 환자들이 많아 대개 2~3개월을 못 넘긴다고 한다.

전국 최고령 공무원은 언제까지 일하게 될까. 내년 4월이면 계약기간이 끝나지만 재계약을 통해 계속 근무할 수 있다.

“마누라가 좋아하니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일하고 싶어요. 환자들 만나는 것도 즐겁고요.”

27년 경력의 기자가 가장 조심스럽게 진행했던 이날 인터뷰는 10분도 채 안돼 끝이 났다. “환자들이 오래 기다리면 안되지요” 자세를 고쳐 잡고 환자 앞에 앉은 그는 천상 의사였다.

용인/홍정표기자 jp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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