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적십자회비, 아직도 세금 같나요?

김훈동

발행일 2015-11-25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재난으로 고통받는 이재민과
소외되고 어려운 취약계층에
사랑과 용기 북돋아 주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기부…
자발적으로 1년에 한번 내는
정성 담긴 ‘소중한 성금’


2015112401001710900091191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
성공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노력에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나누지 않는 성공은 실패와 동의어입니다. 가장 많이 득을 보는 사람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베푸는 이들입니다. 행복이란 뭔가를 움켜쥐거나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베풀 때 찾아옵니다. 오랫동안 나눔과 선행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으로부터 좋은 사람으로 인식됩니다. 배려나 돌봄의 행위는 조금 손해 보는듯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 행위를 나만 하고 있다는 박탈감이나 고독감 때문입니다. 배려와 나눔, 돌봄이 사회적인 감각으로 번져가고 일종의 문화로서 형성되려면 누군가가 먼저 그것을 행해야 합니다. 먼저 행하는 누군가가 나타나기만을 모두 기다리기만 한다면, 그 선한 기대와 의지에도 불구하고 나눔 문화는 생겨나지 않습니다. 한 알의 씨앗을 심지 않고서 열매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남북 이산가족 상봉장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심한 경쟁 속에 선발되어 상봉장에 나온 가족이 적십자 봉사원을 보며 “저 해마다 적십자회비 내고 있어요.” 누구도 묻지 않았는데 “적십자가 이렇게 좋은 일 하는 줄 몰라서요” 하더랍니다. 적십자는 남북 이산가족 만남의 통로이자 유일한 창구입니다. 한 나라의 분쟁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할 때 유엔이 나섭니다. 유엔이 나서지 못할 때 적십자가 나섭니다. 적십자는 독립국가에만 있습니다. 올해 한국적십자가 태어난 지 110년입니다.

최근 기부금이 감소하는 걸 안타까워하고 기부문화 발전에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는 취지로 기부천사와 함께하는 나눔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참여한 국회의원들이 “나눔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도 없었다”며 어려웠던 젊은 날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진정한 성공은 나눔을 통해 완성된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주변의 도움으로 꿈을 실현한 이들의 고백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어려운 계층이 많습니다. 복지와는 거리가 먼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들입니다. 사는 게 점점 각박해지는 세태입니다.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치매에 덜 걸린다’는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발표한 연구 자료가 눈에 띕니다. 돈을 남들에게 나눠주게 하고, 투자하고, 그냥 가지고 있게 하는 등 세 그룹으로 나누어 1년 후 우울증 증상을 보니 ‘돈을 나눠준 그룹이 가장 낮았다’라는 겁니다. 더불어 살고 베풀면서 봉사활동을 하라는 메시지입니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곳저곳에서 ‘세금’이란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세금이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살림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이 소득의 일부분을 국가나 자치단체에 내는 돈입니다. 종류도 많습니다. 납세의무는 있지만 그만큼 부담스럽다고 느낍니다. 경제발전을 위해 쓰이는 영양제인데도 그렇습니다.

아직도 1년에 한 번 내는 적십자 회비를 ‘세금’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세금이 아닙니다. 자발적 의사에 의해 재난 시 구호나 법으로 도움 받지 못한 취약계층을 위해 쓰라고 내주는 성금(誠金)입니다. 정성으로 내는 돈입니다. 적십자는 인도주의 사업 재원조성을 위해 전 국민 세대주 및 사업자를 대상으로 국민 성금 모금활동을 합니다. 2016년 모금이 12월 1일부터 시작됩니다. 배부되는 지로용지나 가상계좌, CD/ATM, 공과금수납기, 휴대폰결제 등 참여방법이 다양합니다. 자율납부입니다. 올해 도민이 낸 적십자회비는 세월호, 메르스, 화재 등 각종 재난을 당한 이재민과 소외된 이웃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적십자는 생명입니다. 마법의 노란조끼를 입은 적십자 봉사원의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가슴에 물결이 일렁인다고 합니다. 나눔과 돌봄, 배려가 폭포수 같은 활력이 되어 이 사회를 지탱하고 아픔을 씻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단지 희망의 판타지만은 아닐 것입니다. 삶이 신산(辛酸)할수록 눈물이 많습니다. 낙담한 어려운 이웃에 대한 사랑과 나눔이 화수분처럼 쏟아지기를 바랍니다.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

김훈동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