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핵노답’ 대한민국 19대 국회

이영재

발행일 2015-12-02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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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느닷없이 세비동결 선언 “인상 몰랐다” 딴청
각종 비리혐의 의원직 상실 무려 22명 ‘최악 국회’
답이 없는 ‘엄청나게 한심한 19대’ 일주일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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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논설위원
의회주의자였던 김 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렸던 지난 26일 국회는 모든 것이 잿빛이었다. 국회를 삼킬 듯 쏟아지는 눈발 때문인지 숙연함이 국회를 휘감아 돌고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일시에 반전되는 일이 일어났다. 서로 잡아 먹지 못해 늘 으르렁거리던 여·야 예결위 간사의 느닷없는 공동성명 발표 때문이었다. 영결식 후 이들이 함께 발표한 성명서에는 “오늘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 날”이라며 “그분이 남겨주신 유지를 받들어 의회주의 정신에 따라 여야 간 정쟁이 아닌 화합과 상생의 예산국회를 만들도록 여야 간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며 “국회의원 세비 3% 증액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고자 세비 인상분을 반납한다”고 적혀 있었다. 자신들의 봉급에 해당하는 세비를 올리려다 반발 여론이 예상밖으로 빗발치자 하루 만에 세비 동결을 선언하며 불 끄기에 나선 것이다. 이날 여·야 운영위원들은 한결같이 세비 인상을 몰랐다고 딴청을 부렸다. 예산안 심사 자료에 국회의원 세비 항목이 별도로 나와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거짓말이다. 이날 우리를 더 웃기게 만든건 성명서의 결론부분이었다. 야당 간사는 ”김 전 대통령이 내년도 세비 인상을 거부하고 국민들의 고통에 동참하겠다는 여야 간사들의 (협력하는) 모습을 보고 흐뭇해하고 기쁜 마음으로 국민의 곁을 떠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당 간사도 ”YS께 드리는 마지막 보답“이라고 말했다. 아전인수(我田引水)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날 여야간사의 발표는 19대 국회 앞에는 늘 ‘사상 최악’이라는 관형어가 붙어 다니고 왜 개그 프로였던 ‘봉숭아 학당’이라고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19대 국회는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 것이다. 의원실에 카드단말기를 설치한 의원,대낮에 호텔방에서 그렇고 그런짓을 한 의원 등 그 근거는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지만, 우선 철도비리 혐의를 받은 조현룡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7일 의원직 상실형을 확정받으면서 19대 국회에서는 각종 비리 혐의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의원이 무려 21명에 이르렀다. 성폭행 혐의 등으로 지난 10월 자진 사퇴한 심학봉 전 새누리당 의원까지 포함하면 22명이 공직선거법 위반과 금품수수, 입법 로비 등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의원 중에선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과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이 2심까지 집행유예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선고를 받았다.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무소속 박기춘 의원과 입법로비로 기소된 새정치연합의 신계륜·신학용 의원이 1심 선고를 앞두고 있고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이완구 새누리당 의원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역대 이런 국회는 없었다. ‘무능한 국회’라고 평가 받던 18대 국회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 출마 등으로 퇴직한 경우를 제외하고,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의원은 16명에 불과(?)해 이와 비교할 때 19대 국회는 연이은 정쟁과 파행으로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는 물론 ‘윤리 의식’마저도 최악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여야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세비의 대폭 삭감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 전원의 서명을 받아 일반수당을 30% 삭감하고, 특별활동비를 폐지하는 내용의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 새누리당도 동의했지만 3년째 감감무소식이다. 이런 최악의 국회를 만든건 물론 정치인들의 잘못이 제일 크지만 이런 국회를 만들어준 유권자의 잘못도 이에 못지 않다. 일하는 국회는 국민이 만들어야 한다. 청소년들이 온라인상에서 주로 쓰는, 인터넷 은어인 ‘노답’은 영어 ‘NO’ 와 우리말 ‘답’ 이 결합된 것으로 ‘해결방법이 없다’는의미로 사용된다. 즉 하는 짓이 변변치않거나 정말 멍청하게 행동하는 경우일때 주로 쓰인다. 그런데 이 말 앞에 ‘핵(核 )’이라는 글자 한자가 더 붙으면 상황은 더 끔찍해 진다. ‘핵노답’. 엄청나게 답이 안 나온다는 뜻으로 하는짓이 ‘엄청나게’ 한심하다는 뜻이다. 19대 국회는 ‘극혐(극도로 혐오하다)’까지는 아니더라도 말 그대로 ‘핵노답’이다. 핵노답 대한민국 19대 정기 국회도 이제 일주일 남았다.

/이영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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