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전자발찌와 님비현상

이백철

발행일 2015-12-07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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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통해 성폭력범 재범과
전자발찌 훼손만 보도 됐을뿐
보호관찰기관 실제적 성과는
안 알려져 왜곡된 이미지만 난무
주민들에 충분한 정보제공과
올바른 이해 전달하는 소통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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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3년 9월 어느 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보호관찰소 OUT!”, “우리 동네가 봉이냐! 목숨 걸고 지키자” 등의 현수막들을 내걸고 1천50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 시위는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받은 성폭력범들을 관리하는 보호관찰소를 지역의 안전을 해치는 위험시설로 간주하고 시설의 이전을 반대하는 집회였다. 주변에 900여명의 경찰관들이 배치될 정도로 혼란스러웠고, 지금까지도 시장, 국회의원, 장관들까지 나서 해결을 모색해야 하는 형국에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미 여러 지역의 보호관찰소가 유사한 상황을 겪었고, 향후에도 또 다른 지역에서 이 같은 갈등이 얼마든지 발생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처럼 범죄예방의 최전선에 있는 보호관찰소가 지역사회를 위협하는 혐오시설로서 갈등의 대상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보호관찰소 이전반대집회는 ‘내 집 뒷마당에서는 안 된다(Not In My Backyard)’는 님비(NIMBY)현상의 전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주민들이 성폭력전과자에 대한 엄격한 관리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실행하는 기관은 그들의 이웃에는 설치하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반대시위는 핵폐기물 저장시설, 송전탑, 하수처리장, 화장장, 그리고 심지어는 장애인시설 까지를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 행해지고 있다. 대개 이러한 사태는 이해 당사자 간에 의사소통 체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왜곡된 정보가 난무한 상태에서 행정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생기는 갈등에서 비롯된다. 특히 보호관찰소의 경우는 무엇보다도 보호관찰업무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인해 형성된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주민들이 청사를 방문해 성폭력범 유치장이 어디에 있는지를 질문할 정도로 왜곡된 정보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에서 성폭력 흉악범죄자에 대해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논의는 2004년 20여명의 부녀자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유영철의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 용산, 안양, 제주 등지에서 성폭력 전과자들에 의해 어린 여아들이 성폭행당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급물살을 타고 전개되었다. 이런 와중에 여론조사, 시민단체, 정치권의 절대적인 지지 하에 성폭력범으로부터 아동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2008년 전격적으로 도입된 제도가 흔히 전자발찌로 알려진 전자감독제도인 것이다.

그런데 언론보도를 통해 일부 대상자들의 재범과 전자발찌 훼손 사례만이 알려졌을 뿐, 실제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아 왜곡된 이미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성폭력범죄 재범률은 과거 14.1%에서 전자감독제도의 시행 후 1.7%로 감소했고, 전자발찌의 훼손율도 0.32%로 선진국가의 2~3%대 보다 훨씬 낮은 편에 속한다. 도주자 역시 모두 즉각 체포되었고, 보호관찰소의 반경 500m이내에서 재범을 저지를 확률 역시 0.9%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실상은 인근 주민들이 우려하는 바와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청사이전 반대 시위현장을 지켜본 어느 보호관찰관은 “주민들에게 사전에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었고 공청회와 같은 절차가 체계적으로 진행되었다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또한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지켜온 직장이 이웃들로부터 배척당한다는 사실은 보호관찰관들에게 상상이상의 자괴감과 상실감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지금은 지역사회의 보호관찰기관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진정한 소통이 절실한 시점이다. 하루빨리 척박한 님비현상이 사라지고 주민들 스스로 앞장서서 자녀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제발 내 집 앞마당으로 들어오세요!”(Please In My Front Yard)라고 외치는 핌피(PIMFY)현상이 보호관찰소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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