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 남경필 연정은 빛 좋은 개살구다?

불분명한 주요 파트너들 ‘들러리’라는 볼멘소리
공직사회 ‘실무논의 컨트롤타워 누구인지’ 불만
갓 1년… 시행착오로 본질적 가치 훼손될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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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록 정치부장
“밖에서 보기엔 번듯한데, 안에 들어가 보면 정리가 안된 집 같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인사가 시행 1년을 맞은 연정을 이렇게 평했다. 남경필 지사에 우호적인, 아니 ‘남경필 사람’이라는 게 더 어울릴 법한 인물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의외였다. ‘대박’이라고 호들갑을 떨지는 않더라도, 평균점 이상은 주려니 했던 짐작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연정의 이름 아래 이뤄지고 있는 사안들을 조목조목 비판하던 그는 급기야 “빛 좋은 개살구”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빛 좋은 개살구라니, 겉만 번지르르했지 내용물은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더라”며 한껏 객관화시킨 이 평가의 근거는 우선 남경필 연정의 핵심 파트너가 불분명하다는 점이었다.

취임 초기 남경필 연정의 파트너는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당이었다. 도지사가 국회의원인 야당 도당위원장과 만나 연정의 틀을 논의할 때 사람들은 ‘당 대 당’ 연정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내 경기도의회로 주연이 바뀌었고, 나중엔 야당 몫 사회통합부지사가 연정의 한 축으로 등장했다. 1년여가 지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야당 도당, 도의회, 사회통합부지사 등 주요 파트너 모두 연정에 후한 점수를 주지는 않는 눈치다. 자신들이 ‘들러리’라는 불만도 감추지 않는다.

공직 시스템과의 공조 부재도 거론된다.

새 지사의 새로운 시도에 낯설어하던 공직사회는 정책수립과 예산편성 등 행정의 제반 분야에서 사사건건 연정이라는 ‘불필요한’ 걸림돌에 부딪쳤다. 야당·도의회와 연정을 한다면서 이렇다 할 매뉴얼도 지침도 없다 보니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다. 야당·도의회가 중요한 건 알겠는데, 도청에서 그들과의 실무 논의, 정무적 협의를 담당할 컨트롤타워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호소가 공직사회 곳곳에서 쏟아졌다. 정치인 지사의 정치 실험에 공직사회가 유탄을 맞고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쯤 되면 연정이 빛 좋은 개살구였다는 평가도 무리는 아니다. 파트너들도, 공직사회도 불만인데 이런 연정을 뭐하러 고집하느냐는 얘기도 나올 법하다.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을 ‘빛’의 실상이 사실은 딱히 건질 게 없는 ‘개살구’였다면 당사자인 남경필은 말할 나위도 없고, 기대를 갖고 지켜보는 국민들도 참 많이 속상할 얘기다.

하지만 연정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는 별개로, 갓 1년이 지난 연정을 실패라고 단정하는 건 아무래도 좀 성급한 느낌이다. 핵심 파트너가 누구인지 불분명하다는 비판은 야당으로, 도의회로, 교육청으로 보폭을 넓혀온 연정의 과정을 생각하면 형식 논리에 치우친 측면이 강하다. 오히려 ‘야당·도의회·교육청 모두 빼놓을 수 없는 연정 파트너’라는 반론에 대답이 옹색해질 수 있다. 혹평의 이면에는 제각각 자신을 연정의 주역이라 여기면서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밥그릇’ 셈법도 존재한다. 공직사회의 불만 역시 ‘틀’을 깨고 싶지 않은 오랜 조직문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연정 1년은 성과물보다 시행착오가 더 많았다. 남경필의 숙제이자, 곧 연정 파트너들의 숙제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시행착오들로 인해 ‘싸우지 않는 정치’, ‘권한과 예산의 분배’로 대표되는 연정의 본질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젠 경기도 바닥에서 여와 야, 집행부와 도의회, 광역단체와 일선 시군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하는 풍경이 그리 어색하지 않다. 싸움질에 이골이 난 우리 정치판을 생각하면 작지 않은 성과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가면서 지름길이 아님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배상록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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