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 불우함과 행복함의 차이

부자지간 갈라서고 형제간 칼부림 ‘불행한 재벌들’
‘난쏘공’ 주인공 더 어려운 이웃위해 주머니 털어
찌든 삶에도 웃을수 있는 행복함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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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연말이면 언제나 그렇듯 불우 이웃이란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연탄 배달, 김장 담그기, 성금 모금 등 불우 이웃 돕기 행사가 줄을 잇는다. 우리 주변에는 처지가 딱한 불우 이웃이 생각보다 많다. 그러나 평소에는 그들에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살다가 때만 되면 야단이다. 직장이 있거나 없거나, 사업을 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간에 나 혼자 살아남기에도 벅차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한 번 생각해 본다. 도대체 누가 불우 이웃인가. 돈의 많고 적음으로 불우하냐 그렇지 않느냐를 재는 우리의 인식에 문제는 없는가. 물론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있는 사람이 불우한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각박하게 사는 우리네 대다수 사람들은 불우하지 않은가. 가진 돈으로 따지면 남 부럽지 않을 재벌들이 그 돈 때문에 결국 부자지간이 갈라서고, 형제지간에 칼부림을 하는 그런 사람들은 불우하지 않은가.

국내 소설 중 가장 많이 읽힌 것을 꼽으라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하 ‘난쏘공’)이 당장 떠오른다. 1970년대 인천의 노동자 가족 이야기다. 자동차 공장 일이 고되어 잠을 자면서도 코피를 쏟아야 하는 노동자 이야기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한 달 월세가 1만5천원인 쪽방에 사는 가족의 가계부 내역이 고스란히 나온다. 콩나물 50원, 왜간장 120원으로 시작해 25가지 정도 쓰임이 꼼꼼하기도 하다. 읽다가 책장을 더 이상 넘기지 못하고 한동안 생각에 잠기게 한 대목이 있다. 앞집 아이 교통사고 문병 230원, 길 잃은 할머니 140원, 불우 이웃 돕기 150원. 520원을 이웃돕기에 쓴 것이다. 두통약 100원, 치통약 120원을 써야 할 정도로 몸까지 불편한 사람이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흔쾌히 주머니를 터는 모습은 당시 우리 사회의 일반적 풍경이었다. 그리 멀지도 않은 불과 30~40년 전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



세계적 억만장자인 중국의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얼마 전 중국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91 위안(1만6천원) 월급을 받고 교사로 일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털어놓으면서 우리에게 부(富)와 행복(幸福)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 적이 있다. 마윈 회장은 또 이 자리에서 “돈은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고 우리의 재산은 사회가 우리에게 위탁해 관리하도록 한 것”이라며 “만약 당신이 자산을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액운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부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세계 부자 순위 15위 정도 되는 마윈 회장의 돈에 대한 철학은 그가 왜 세계 최대규모의 온라인 쇼핑몰을 일구게 되었는지 가늠하게 한다.

가계부를 쓰던 ‘난쏘공’ 속 가족은 엄마와 삼남매 이렇게 네 식구다. 죽어라 일을 해서 버는 삼남매의 한 달 수입 총액은 8만231원이었다. 보험료 등을 빼면 엄마가 손에 쥐고 살림할 수 있는 돈은 6만2천351원이다. 당시 4인 가족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길을 잃고 헤매는 할머니를 보고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주머니를 털어 차비를 댔다. 당신 자신이 불우 이웃인 그 사람들이 자신보다 더 불우한 이웃을 돕겠다면서 기꺼운 마음으로 성금도 냈다. 그리고는 행복해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웃을 수 있었던 행복한 삶과 돈이 있으면서도 더 벌지를 못해 아우성인 우리의 불우함에 대해, 또 마윈의 재산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연말이다.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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