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이케아 스타일과 한국인의 공작본능

김창수

발행일 2015-12-23 제13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60개 쇼룸에 직원없는 ‘무관심 콘셉트’ 성공요인
과잉친절은 고객에 방해 ‘자율적 상품선택’ 배려
내가 산 물건 직접 만든다는 ‘제작 본능’ 자극


2015122201001605300083031
김창수 객원논설위원 ·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이케아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12월 18일 경기도 광명시에 1호점을 연 다국적 가구 기업 이케아 코리아가 최근 밝힌 경영 성과에 의하면, 올 한해 총 3천8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고 한다. 누적방문객은 총 670만명, 회원프로그램인 이케아 패밀리로 등록한 고객도 60만6천명으로 집계됐다. 관련업계가 매출 추산액이 2천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또 메르스 여파로 인한 유통업 수요침체까지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과다. 경기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수도권 성인남녀 10명중 4명이 이케아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고양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이케아 모시기에 나선 것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이케아 광명점이 문을 열었을 때, 60개의 쇼룸에 직원을 배치하지 않은 전시장 운영 전략을 회의적으로 보았다. 그런데 이 ‘무관심 콘셉트’야말로 성공 요인의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일반 매장에서 보는 과잉 친절이나 지나친 호객행위는 고객의 선택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가구의 선택은 용도, 가구의 재료와 색깔과 기능과 디자인, 주택의 구조, 가격 등 복합적 요인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므로 차분히 생각하면서 선택해야 하는 상품이다. 이케아는 매장 고객들에게 쇼룸부터 충분히 둘러보고 구매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 ‘의도적 무관심’에 대해 불편하다는 고객도 적지 않지만 대부분은 자율적 선택을 위한 ‘배려’로 받아들인다.

이케아가 파는 가구는 반제품이다. 차로 싣고 가서 조립해야 하는 ‘불편한’ 상품이다. 부품을 나사나 볼트로 조립하는 수고를 가격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어쩌면 이케아는 가구를 판 것이 아니라 현대인에게 결핍된 자아 존재감, 예들 들면 대량생산된 완제품과 서비스의 홍수 속에서 한동안 잊어버렸던 공작본능(Homo Faber!)을 자극하면서 내가 ‘선택한’ 물건, 내가 ‘만든’ 물건이라는 감성을 소구(訴求)하는데 성공한 것이 아닐까? 이케아의 성공 요인은 친환경 재료 사용, 구성품을 플랫팩(Flat-Pack)에 포장함으로써 창고공간을 극소화하여 유통과 매장 관리비용을 줄인 원가절감 전략, 1인 가구의 증가, 가구를 내구재가 아니라 소비재로 인식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 다양하다.

그런데 일본이나 중국에서 외면받은 이케아가 한국상륙에 성공한 요인은 무엇일까? 중국 소비자들은 막 완제품과 자본주의 서비스의 단맛(?)을 맛보고 있는 단계라는 점, 반대로 일본인들이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DIY를 실현하고 있었던 사정이 요인일 수 있다. 일본의 DIY 스토어는 4천여개에 달하며 매출액만 32조원에 달할 정도이다. 도시별로 건립된 시민예술촌을 이용하는 일본인들의 공예품 제작 수준은 거의 장인급이다.

한국의 미디어를 달구고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가운데 다양한 요리방법을 소개하는 이른바 ‘먹방’ 프로그램도 공작본능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국인이 즐기는 음식의 상당수는 반제품이다. 비빔밥이나 냉면, 찌개류나 구이류 심지어 짜장면도 먹는 사람의 손길로 완성된다. 한국인의 타고난 공작본능은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생활 스타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어쩌면 유별난 공작본능을 제대로 발휘할 여건이나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앞으로 생활문화예술 지원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면, 우리의 여가문화가 한층 창조적이고 생산적 문화예술활동으로 꽃필 것이라고 ‘예언’해본다.

/김창수 객원논설위원 ·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김창수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