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병신년(丙申年) 병신(病身) 짓 하지 않으려면…

홍문기

발행일 2015-12-28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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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화재·메르스 사태 등
황당·기막힌 일 많았던 한해
안전의식·기본원칙 준수 교훈
위기 이용하는 정치인들 답답
우리 사회 ‘부끄러운 자화상’
2016년 공동체 정신 깨달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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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한 해를 돌이켜 보면 황당하고 기막힌 일이 많았다. 지난 1월 4명이 죽고 128명이 다친 의정부 화재의 주 원인은 신고 13분 만에 도착한 소방차가 불법주차로 인해 화재 현장에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3월에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가 피습 당했고, 4월에는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교육하는 일본 교과서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때 정치권은 계파싸움과 막말논란으로 세월을 보냈다. 6월부터는 메르스 확산으로 수 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고, 9월에는 남북 군사 대치 상황이 비등점에 다다르면서 20·30대의 대북관이 주목을 받았다. 10월에는 내년 4월에 있을 총선 공천권과 관련해 여당의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과 야당의 계파 갈등 등이 극에 달했다. 11월은 국사 교과서 국정화로, 12월에는 민주노총 폭력시위와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 조계사 피신이 이슈가 됐다. 일련의 사건들을 돌이켜보면서 우리 사회는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첫째, 올 한해 사건·사고는 우리에게 평소에 준비돼 있어야 대처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줬다. 불의에 그리고 부지불식(不知不識) 간에 벌어지는 각종 참사는 사고초기 짧은 시간에 집중해 해결해야 한다. 세월호도 그렇고 의정부 화재도 그랬다. 사건·사고가 의례 그러려니 하고 여기는 순간 시간이 지나면서 참사가 됐다. 그리고 그 시간을 줄여주는 것은 평소의 안전의식과 기본원칙 준수였다. 그것을 소홀히 한 우리는 올초 의정부 화재를 비롯해 단순 사건·사고로 끝낼 일을 참사로 겪은 것 같아 안타깝다. 둘째, 올 한해 우리는 사소한 것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쓴 것은 아닌지 반성해봐야 할 것 같다. 잘 알지도 못하고, 실체도 없고, 그래서 실현도 불가능 한 것을 온 국민과 언론이 매달려 갈등을 빚은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그 난리를 쳤지만 아무도 아무것도 구체적(예: 소송 등)이지 않았고, 노동법 개악·비정규직 운운하며 폭력 시위는 있었지만 노동법을 어떻게 개정할지 공론을 형성하는 작업을 시작도 못했다. 민주화를 외치며 온갖 주장을 외친 사람들의 실체는 공천권을 목표로 한 계파 싸움의 명분에 불과했음이 이제는 명료해지고 있다. 셋째, 올 한 해 우리는 정말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고 이를 안다고 해도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몰라 우왕좌왕 한 것 같다. 대표적인 경우가 메르스 바이러스 확산이었다. 국민은 아무 것도 아닌 줄 알았다가, 곧 다 죽을 것이라는 괴담에 시달렸고, 아무도 믿지 않은 채 열심히 손 씻다 보니 메르스가 끝났다는 정부 발표에 어처구니 없어 했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 문제는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 국민 등 모두에게 공동체 생존을 고민하게 했다. 그 와중에 정부는 특정 대형 병원 눈치를 보다가 대응시기를 놓쳤고 일부 지자체 장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 튀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이는 메르스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위기 상황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것, 이 위기를 기회로 이용해 정치적 입지를 굳히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해진다.

일본은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고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의 위협 속에 있는데도 우방국인 미국 대사가 서울 복판에서 피습당하는 것이 우리사회의 현실이어서 부끄럽다. 법질서를 유린해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폭력 시위를 정당화하려는 노력이 야당의 입장이고, 불법행위를 위한 복면에 이러저러한 이유를 대는 비양심과 비윤리에 대한 비판이 논란거리가 되는 것이 2015년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2016년에는 우리 공동체가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깨닫고, 이의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한 해가 되기 바란다. 그래야 우리 모두 병신년 (丙申年) 병신 (病身) 같은 짓 하지 않고 무사히 한해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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