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영 칼럼]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인성문화’

오대영

발행일 2015-12-29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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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차 천천히 간다고 보복운전
층간소음 갈등으로 인명 살상 등
참지 못하고 극단적 행동 만연
새해에는 타인에 관용 베풀고
여유 되찾는 선진국 위상 걸맞게
인지능력 키우는 노력 확산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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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연말을 맞아 우리 사회의 지난 1년간 모습을 돌아보면, 사람들이 항상 누군가와 갈등하면서 긴장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모습이 더 심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부터 심심치 않게 뉴스에 등장하는 보복운전만 해도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최근 운전자 1천30명을 설문조사 했더니 41%가 보복운전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더 놀란 것은 보복운전을 당한 이유다. ‘앞에서 천천히 갔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절반으로 가장 많았다. 천천히 간다고 보복운전을 하는 것이 지금의 우리 운전문화다.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도 날로 증가한다.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층간 소음 민원은 2012년 7천21건에서 2014년 1만6천370건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상반기까지 8천537건이 발생해서 작년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갈등 해법이 날로 광폭해진다는 점이다. 보복운전, 층간소음으로 인명을 살상하는 일까지 발생한다. 주차갈등으로 살인하는 등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참지 못한다는 것이다. 보복운전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8%는 ‘개인의 급하고 참지 못하는 성격’을 들었다.

우리 사회는 과거보다 경제적으로는 매우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삶은 더 각박해진 느낌이다. 마치 윤활유 없이 삐거덕거리며 돌아가는 톱니바퀴와 같다고나 할까.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률이 2003년 이후 계속해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1위인 데는 이런 사회문화도 상당히 일조하지 않았나 싶다.

이는 우리 경제가 불과 몇십 년 만에 빠르게 발전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부작용인 ‘과열경쟁 문화’가 낳은 후유증이다. 경쟁은 발전을 위해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타인에 대한 관용과 배려의 정신을 잃게 된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들은 이런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 몇 년 전부터 학교에서 인성 교육을 강화해왔다. 인성교육은 안전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가족, 친구, 이웃, 지역, 국가의 일원으로 함께 살고 일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고와 행동의 습관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래서 인성교육은 타인존중, 정의, 시민의식, 책임 등을 핵심 윤리가치로 이해한다.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윤리 차원을 넘어, 인성을 새로운 ‘비인지적 자본’의 핵심으로 인식하는 추세다. 지금까지는 지식과 같은 인지적 자본만을 중시했다면, 이제는 인성을 매우 중요한 사회자본으로 보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4년에 펴낸 ‘21세기 글로벌 교육개혁 동향 분석 연구(Ⅱ): 비인지적 역량 개발을 통한 창의 인성교육 국제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OECD는 ‘비인지적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도구사용 능력, 이질집단 내 소통능력, 자율행동 능력을 핵심으로 제시하였다. 캐나다의 토론토 대학은 2011년 글로벌 창의성지수(GCI)를 발표하면서, 기술, 재능, 관용을 핵심요인으로 규정하였다. GCI 점수가 높은 국가는 경제적 성취, 행복감, 삶의 만족도가 높고, 경제적 불평등이 낮았다. 미국과 싱가포르는 인지적 역량뿐만 아니라 비인지적 역량 개발을 통한 창의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그 근간은 타인 존중, 책임감, 보살핌, 복원력, 조화와 같은 인성이다. 이같이 본다면 우리 사회의 비인지적 역량은 매우 낮다. 이는 결국 사회적 자본 역량과 창의적 경쟁력을 낮추지만 사회적 긴장과 갈등으로 인한 비용은 증가시킬 것이다.

선진국은 단순히 경제적으로 부유하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과거 영국에 갔을 때 자동차 운전자들이 어린이, 여성,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를 상당히 배려하는 것을 보고 선진국의 참된 모습을 느낀 적이 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인성 문화인 것 같다. 새해에는 학교의 인성교육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관용과 여유의 문화를 되찾고, 선진국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인성문화를 발전시키는 노력이 확산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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