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정책선거를 위한 매니페스토

최일문

발행일 2015-12-30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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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성·헛 공약 남발 예방하고
지연·혈연·학연·지역주의에 의한
투표 행태를 개선하며
정책에 따른 선거권 행사하도록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과
건전한 사회운동으로 정착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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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문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는 지금까지 반세기 넘게 수많은 선거를 경험했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어김없이 선거공약 경쟁이 재현되어 왔다. 후보자는 표를 얻기 위해 예산이나 실현 가능성은 뒷전에 두고 애매모호한 장밋빛 공약을 나열하기 일쑤였고 당선된 후에는 헛된 약속이 되는 것이 다반사였다. 유권자들 또한 자신이 선택한 후보자가 어떻게 공약을 실현할 것인지에 대해 확인하지 않고 물질적 자극, 감정적 이념 또는 분위기에 반응하거나 지역 정당 일체감이라는 심리성향에 따라 투표해 온 사례를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후보자와 유권자의 투표행태의 문제점으로 인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지난 2006년 5·31지방선거 이후 깨끗한 선거문화정착과 정책선거를 만들기 위한 매니페스토(manifesto)를 도입하였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정당이나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공약을 제시할 때 ‘목표’, ‘우선순위’, ‘기간’, ‘공정(工程)’, ‘예산’ 등을 수치로 명기하여 검증과 평가를 쉽게 하자는 운동이다. 따라서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을 선거전에 검증하고 당선 후에 평가할 수 있게 하여 정당과 후보자에게는 공약을 내는 데 신중하게 하고, 유권자에게는 투표에 대한 효능을 높여 합리적 정책선거로 유도하자는 것이다.

매니페스토가 일반 공약과 다른 점은 공약의 목표치를 구체적으로 확실하게 내세워 실행을 위한 재정적 근거와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이는 정권을 잡은 정당 혹은 당선된 후보자와 유권자 사이에 계약으로서 성격을 부여하기 때문에 다음 선거에서 그 정당과 당선자는 매니페스토의 실현도를 명시하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매니페스토에 의하면 구체화하고 명확하게 각종 정책의 우선순위와 사업목표, 방향, 구체적인 달성을 위한 공정표, 재원마련방안 등을 제시하게 된다. 또한 국민에 대한 정보제공수단이 되어 알 권리 충족뿐만 아니라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를 선별하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개별정당, 개별 후보자의 개별적인 정책들에 대해 형식화된 요건들을 비교 판단하게 함으로써 공약의 개발 및 책임성이 담보될 수 있다. 이러한 매니페스토의 특성은 국민의 정치참여를 유도하고 민주주의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매니페스토는 정당 및 후보자·유권자들의 인식 부족, 현직 후보와 도전 후보의 정보 불균형 그리고 공약평가 방법·결과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 등 여러 가지 어려움과 문제점에 직면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예산재원과 주민 숙원·민원의 공개, 사회단체 및 선거관리위원회의 홍보와 교육,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실히 필요하며 매니페스토 평가지표에 의한 공약평가결과의 공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특히 매니페스토 운동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공약의 제시, 실현과 검증, 심판이라는 순환과정을 실행할 수 있는 운영체계를 제도적으로 확립하여야 한다. 이러한 검증과 심판이 없다면 선거가 끝난 뒤 공약은 뒷전이고 민생과 무관한 마음대로 정치가 자행되어 정책선거는 요원하다 할 것이다.

선거구 획정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고 여야 정당은 당내 갈등에 빠져 정책선거의 실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는 와중에도 지난 12월 15일부터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의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서 내년 4월 총선거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이 개시되었다. 선심성 막개발, 헛공약을 막아내고 지연·혈연·학연과 지역주의에 의한 투표행태를 개선하며 정책에 의한 투표를 유도하기 위해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과 건전한 사회운동으로서 매니페스토 운동의 활성화를 제안한다.

/최일문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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