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크로노스의 시간과 카이로스의 시간

박국양

발행일 2016-01-06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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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자고 출근하고 일하다
나이 먹는 의미없고 반복되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깊이있는 인생의 의미 찾으려는
진실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면
그 해가 바로 2016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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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양 가천대 의학전문대학 원장
심장 외과의 세계적인 대가 중의 한사람인 프랑스의 카펜티어 박사는 심장 판막 4개 중 하나인 승모판막을 여자에 비유해서 승모판막이란 여자와 같아서 알면 알수록 모른다고 하였지만 55년 양띠에 태어나 이순(耳順)의 나이가 되기까지 오로지 심장 수술만을 업으로 삼고 환자와 숨 쉬고 환자 곁에서 산전수전을 겪어 온 나로서도 인생에 대해 묻는다면 정답을 말하기가 힘들다. 인생에 정답이 있을까?

세상에는 있는 것이 세 가지가 있고 없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늘에는 별이 있고 땅에는 꽃이 있고 우리 마음에는 사랑이 있지만, 비밀이 없고 공짜가 없고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 아닌가 싶다. 내가 나를 행복하게 할 것인가. 다른 사람이 나를 행복하게 할 것인가? 환경적 요인은 나를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 2015년 메르스와 2014년 세월호 등으로 야기된 절망, 안타까움, 배신, 후회, 미련, 분노, 서러움 등이 얼마나 우리를 힘들게 하였는가?

그리스어로 시간에는 두 가지 말이 있다. 하나는 크로노스이고 다른 하나는 카이로스이다. 크로노스가 단순하게 흐르는 일 년 365일, 하루 24시간의 시간이라면 카이로스는 어떤 운명적인 의미의 시간을 말한다. 자기가 낳은 자식마저도 삼켜버리고 흐르는 세월 앞에서 모든 것을 사라지 게 만드는 무정한 크로노스이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만났던 그때 그 순간만은 나에게 소중한 카이로스인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크로노스는 똑같이 흘러가지만 각자에게 카이로스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16년 새해 아들의 눈을 보면서 ‘아버지는 너밖에 없어, 힘내’라고 말을 해보자. 아내의 손을 잡고 산책을 하면서 ‘당신 나하고 살아줘서 고마워, 더 건강해야 해’ 하고 이야기해 보자. 해 질 녘의 노을을 같이 보면서 딸의 손을 잡고 ‘우리 딸 사랑해’ 라고 속삭여주자. 직원들에게 ‘당신 때문에 우리 회사가 이렇게 성공했어. 고마워. 월급을 더 많이 주어야 하는데’ 라고 말해주자. 힘들고 배고픈 이웃들에게 ‘부족해도 나누어 먹읍시다’라고 말하자.

2016년이란 새로운 크로노스를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나의 카이로스로 만들어내는 것은 환경이 아니라 나의 의지의 몫이다. 먹고 자고 일어나고 출근하고 일하다 나이가 들어버린 의미 없는 크로노스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깊이 있는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는 진실한 카이로스의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져야 한다면 그 해가 바로 2016년이 되기를 바란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에게 2016년 새해 다음과 같은 기도를 전합니다.


당신의 손에는 언제나 할 일이 있기를
당신의 발에는 언제나 길이 나타나기를
당신의 주머니에는 항상 동전이 남아있기를
바람은 항상 당신의 등 뒤에서 불고
당신이 가는 길에 비가 내릴지라도
곧 무지개가 뜨기를…
친구를 사귀는 데는 빠르고
적을 만드는 데는 느리기를…
그리고 하나님이 항상 당신과 함께 하기를…

/박국양 가천대 의학전문대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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