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누리 과정 대상 (만 3~5세) 수준의 도의회 난투극

홍문기

발행일 2016-01-25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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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의장은 공석이고
도지사는 고발 당하고…
복잡한 예산집행 문제 풀기위한
성실한 정책적 고민 대신
정치적 입장 내세운 '난장판'
지방의회수준 새삼 깨닫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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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경기도민의 2016년 새해는 제9대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괴성과 몸싸움 때문에 극악스러웠다. 도의원들의 악쓰고 멱살 잡고, 욕하는 모습은 과거 도끼로 문을 부수고, 최루탄을 터뜨리던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전국적으로 방송된 이들의 폭력적 난장판을 보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진다. 이들이 이러한 난장판을 연출한 이유가 만3~5세 유아의 심신 건강과 조화로운 발달을 돕고 민주 시민의 기초를 형성하기 위한 국가 무상보육 관련 예산 즉, 누리과정 예산 편성 때문이라는 사실이 기막히다.

난장판 의회는 도교육청 예산 편성 과정에서 이미 예견돼 있었다. 작년 9월 경기도의회 다수당인 구(舊)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도의원들은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위해 중앙정부(교육부)가 지원 지방교부금으로 지원한 것을 도교육청 예산에 편성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와 경기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마련을 도교육청 예산이 아니라 별도 예산으로 책정하지 않으면 경기도교육청이 제시한 누리과정 3차 추경 예산 1천79억여원 전액을 삭감하겠다고 선언한 후 이를 실행에 옮겼다. 이들의 이러한 행위는 새누리당 출신 박근혜 대통령 공약인 누리과정 예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정 교육감이 집행권한을 갖는 학교 운영 관련비용, 교육환경 개선 관련비용 등에 쓸 돈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 과정에서 벌어진 난장판 사태는 한정된 예산에서의 정책적 우선순위 결정문제 때문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실제로 국가가 돈이 많으면 더민주 측 의원들 주장처럼 별도 예산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운영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 없다. 나라가 돈이 없어서 중앙정부가 어떤 정책(누리과정)에 얼마의 예산(1천79억원)을 투입할지 선별적으로 결정하고 이를 도교육청에 지방교부금 형식으로 예산을 보내면 이를 도교육청이 집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도의회 다수당인 더민주 소속의원들은 이 구조가 잘못됐다며 시행령 개정을 요구하며 거부한 것이다. 그 타당성 여부를 떠나 그런 주장을 할 정도로 이 문제를 중요하게 여긴다면 이 사태를 수습하고 책임을 져야 할 더민주 소속 도의회 의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예산안 협의로 진통을 겪으면서도 경기도 의회 의원들은 이미 전국 최고 수준인 연봉을 다시 최고 상한선(1.9%)까지 올려 6천300만원 넘게 책정한 것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지 납득되지 않는다.

도민 복지 정책인 무상보육 예산은 삭감하고 자신들의 봉급은 올리는 이 모습은 과거 국회의원들이 했던 못된 짓(?)과 흡사하다. 여기에 불난 곳에 불을 끈다며 도지사가 긴급 편성한 준예산에 대해 더민주 소속 한 총선 예비후보는 누리과정 비용을 준예산에서 편성해 집행하는 것이 실정법 위반이라며 도지사를 특경법상 배임과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법적으로 어떤지 잘 모르지만 급한 불 끄는 사람이 옆집 소화기를 이용한다고 고발하는 것을 경기도민이 아니 그 지역구민이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겉으로는 누리과정 예산이 지방교부금으로 내려와 도교육청 예산 편성 어쩌고 하는 복잡한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정된 예산에서 정책적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다가 폭력적 난투극을 벌인 것 같아 씁쓸하다.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아직도 합의되지 않았고 경기도 의회 의장직은 공석이며 도지사는 고발당했다. 누리과정과 교육환경 개선이라는 복잡한 예산 집행 문제를 풀기 위한 성실한 정책적 고민 대신 정치적 입장을 내세우며 벌인 폭력적 난장판 경기도 의회의 모습은 우리나라 지방의회 수준이 아직도 누리과정 대상 (3-5세) 수준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더 늦기 전에 경기도 의회는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바란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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