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나쁜 도시' 인천

이충환

발행일 2016-01-27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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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소녀 학대·초등생 시신 훼손된채 발견…
미디어 '인천 ○○사건'으로 표현 이미지 실추
'아이 키우기 무서운 곳' 낙인… 가치재창조 고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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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1997년 iTV 인천방송 개국과 동시에 선보인 '리얼TV-경찰24시'는 소위 킬러콘텐츠였다. 6mm 카메라앵글이 범죄 현장을 꾸밈없이 전달하는 다큐멘터리는 당시로선 획기적이었다. 구성은 단순했다.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를 카메라가 좇는 형식이다. 범인 검거과정이 여과 없이 안방으로 전해졌다. 주인공은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 소속 강력반 형사들. 화면에서는 언제나 긴박감이 묻어났다.

제작진이 안정적인 시청률을 즐기고 있을 즈음 문제가 발생했다. 인천의 여론 형성층이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경찰24시'가 인천의 이미지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화면에 등장하는 범죄현장은 죄다 인천이다.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 또한 대부분 인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가뜩이나 삶의 질이 떨어지는 도시로 낙인 찍혀 있는데 지역의 방송이 그런 인천의 이미지를 더 나쁘게 만들고 있다는 문제 제기는 일면 타당했다. 결국 제작진은 서울과 경기도로 소재를 확대했다. '나쁜 도시' 인천의 이미지를 그런 식으로라도 '물타기'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인천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아동학대 사건은 그때 일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2014년 4월, 썩은 기저귀와 이불 등 쓰레기가 가득한 집에서 어린 4남매가 생활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는 아동학대의 또 다른 형태인 아동방임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언론은 '인천 쓰레기집 4남매' 등으로 기사제목을 달았다. 2015년 1월, 한 어린이집에서 밥을 먹던 네 살배기 여자아이가 김치를 남겼다는 이유로 보육교사로부터 가혹한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CCTV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전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 일은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란 이름표를 달았다.

2015년 12월, 친부와 그 동거녀에 의해 2년 동안 집안에 감금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하던 11살 어린 소녀가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했다. 몸무게는 겨우 16kg. 다섯 살짜리 아이만 했다. 뼈가 앙상한 소녀가 먹을 것을 허겁지겁 입에 가져가는 모습은 이 땅 모든 부모들을 울렸다. '인천 11살 소녀 학대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가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경기도 부천에서 학교를 다니다 사라진 한 초등학생이 4년 만에 인천의 한 가정집 냉장고에서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된다. 범인은 이번에도 친부다. 3년 전 인천으로 이사하면서 아이의 훼손된 시신도 함께 옮겨왔다. 이번 사건에서도 '인천'이 언급되는 까닭이다.

대도시(metropolis)는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부조리와 모순의 응집체다. 기회를 찾고자 모여든 대도시에서 사람들은 억울하게 기회를 박탈당한다. 행복하고자 모여든 대도시에서 사람들은 늘 동반하는 불행과 맞닥뜨린다. 살고자 모여든 대도시에서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죽어 나간다. 서울에서도, 부산에서도, 인천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그런데 똑같은 대도시인데도 서울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OOO사건'이 되는데 인천에서 발생하면 왜 '인천OOO사건'이 되는 것일까. 왜 인천만 유독 '나쁜 도시'의 이미지가 켜켜이 쌓여져가는 것일까. 한번 나쁜 이미지가 만들어지면 또 다른 나쁜 이미지가 계속해서 확대 재생산된다. 미디어는 그것을 부채질하는 대표적인 기제다. 인천이 그 덫에 걸려든 것일까.

'인천 가치 재창조' 열기가 뜨겁다. 필요성에 동의한다. 그러나 사업의 철학과 방법론에 대해선 좀 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선(善)한 이미지가 억지로 만든다고 해서 만들어지겠는가. 축구, 야구, 짜장면, 쫄면의 '최초' 기록만으로 '나쁜 도시' 인천의 이미지를 씻어낼 수 있는가. '아이 키우기 무서운 도시'라는 이미지가 저토록 강한데 말이다. 남편 출퇴근 편리한 부천에서 다섯 살과 두 살배기 아들을 키우고 있는 처제는 송도국제도시로 오고 싶어 했다. 교육환경이 좋다고 했다. 그러다 요즘 말이 없다. 왜 그럴까. 처제는 왜 말이 없어졌을까.

/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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