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대의민주주의와 투표율

최일문

발행일 2016-01-27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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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신성한 권리 행사로서
유권자에 투표참여 호소만으론
대의민주주의 지킬 수 없다
20대 투표율 높이기 위해선
선관위·정부 제도적 뒷받침과
정치인들의 노력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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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문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
중앙선관위는 지난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선거인에 대한 편의제공과 TV·라디오 방송광고뿐만 아니라 투표참여 문자메시지 발송 및 홍보 캠페인 실시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투표율은 2008년 제18대 총선 투표율보다 8.1% 상승한 54.2%에 불과하여 1988년 제13대 총선 투표율 75.8%를 기준으로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이와 같은 투표율 하락추세가 계속된다면 제18대 총선 투표율이 46.1%였던 점을 고려할 때 오는 4월 치러질 제20대 국회의원선거의 투표율이 50%대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국회의원 선거의 투표율이 하락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투표율 하락의 이유를 일부 언론에서는 주요 정당 후보자의 인지도가 높지 않고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정책적 이슈가 없으며 투표일 당일 날씨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선거학자들은 투표율 하락의 대표적인 요인으로 유권자의 특성(도시지역과 농촌지역, 남성과 여성, 연령 등), 선거에 대한 관심과 인지 정도 등을 지적하고 있다.

역대 총선거에서 보여준 유권자의 특성과 선거에 대한 관심, 후보자에 대한 인지의 정도 등은 과거 투표율 추세를 이해하고 다가오는 제20대 총선거의 투표율을 제고하는데 많은 시사점을 준다. 특이할 만한 것은 과거에 비해 최근 선거에서는 도시와 농촌 지역이라는 거주지역에 따른 투표율의 차이는 크게 줄었지만 남성에 비해 여성의 투표율이 낮은 성별에 따른 격차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연령인데 이는 우리나라 유권자의 투표참여에 가장 분명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이다. 즉 연령이 낮은 20대의 유권자는 30대∼50대 유권자에 비해 투표율이 현저히 낮은 것이다. 연령별 투표율의 차이는 유권자의 소속 집단에 따라 속성과 지향하는 가치가 상이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젊은 층에서는 사회참여의식과 책임의식 및 정치경험이 부족하고 나이가 들수록 정치적인 경험과 책임의식이 쌓이다가 노년에 가서는 시들어 가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여성과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낮은 가장 큰 이유를 폭넓게 진단하면 '정치적 무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무관심'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할 수 있다. 하나는 정치체제에 대한 실망감으로 참여하기를 거부하는 부정적인 면이 있고, 또 하나는 정치체제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하여 참여하지 않는 면이 있다. 전자에 의한 정치적 무관심은 선거결과에 대해 부정적이고 반항적일 수 있으나 후자에 의한 정치적 무관심은 선거결과에 부정적이거나 반항적이지 않다. 하지만 '만족적 무관심의 표현'이라 하더라도 정부를 구성하고 대표자를 선출하는 절차적 민주주의 핵심이 선거라고 할 때 소수의 참여에 의해 대의제를 실시한다는 것은 분명한 문제이다.

대의제 민주주의는 국민의 참여 속에 선거를 통해 이루어진다. 선거는 국민의 의사를 집약하고 이에 따라 구성된 정부의 정통성을 부여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도를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서 의미를 갖는다. 정치적 무관심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많은 논란이 있겠지만 투표율 하락의 결과는 국민으로부터 지지가 없는 정치체계와 대표성이 결여된 정부라는 의미에서 대의민주주의의 위기이다.

유권자들에게 국민의 신성한 권리 행사로서 투표참여를 호소하는 차원만으로는 대의민주주의를 지켜나갈 수 없다. 무엇보다도 20대의 젊은 유권자의 투표율을 끌어 올릴 수 있도록 중앙선관위를 비롯한 정부의 법적 제도적 뒷받침과 아울러 정치인들의 각성과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역대 총선거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이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최일문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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