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면의 장르문학 산책

[조성면의 장르문학 산책·4] 장르문학계의 3대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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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면 문학평론가
'오페라는 매춘부 같은 차림새로 돼지 멱따는 소리로 노래하고, 허세로 가득한 기괴하고 사악한 공연에 지나지 않는다.'

17세기 영국 신고전주의 문학의 대가로 꼽히는 알렉산더 포프는 장편 풍자시 '우인열전'을 통해서 오페라를 이렇게 조롱했다. 지금이라면 문화계가 발칵 뒤집혔을 폭언이다.

조화와 절제와 균형을 중시한 신고전주의자 포프에게 오페라는 저급한 B급 연희예술이었던 모양이다. 그야 어쨌든 오페라는 화제를 몰고 다니는 고급예술의 반열에 오른 지 이미 오래다.



장르문학에도 오페라가 있다. 소프 오페라, 스페이스 오페라, 베이징 오페라가 그것이다.

소프 오페라는 세제(soap)라는 접두사에서 짐작이 되듯 세제드라마 곧 멜로드라마이다. 주로 여성 독자나 시청자를 타깃으로 삼은 멜로드라마들로서 유독 비누와 주방용품 등 세제 광고가 많이 따라붙어 이런 우스꽝스런 별칭이 붙었다.

스페이스 오페라는 작품의 무대를 우주로 옮겨다 놓고 펼쳐지는 서부극 이른바 우주 활극, 또는 우주 서부극으로 번역되는 SF 장르의 일종이다.

'스타워즈', '스타 트랙' 같은 유형의 영화 또는 우주 삼국지라는 별명이 붙은 '은하영웅전설'이 주요 작품으로 꼽을 수 있겠다.

베이징 오페라는 차이니즈 오페라라고도 하는데, 직접적으로 무협영화를 가리킨다.

무협영화의 개척자 후진취안(胡金銓) 감독이 경극을 토대로 무협영화의 문법을 완성하였고, 또 배우들의 과장된 액션 연기가 마치 경극을 보는 것 같다고 하여 이 같은 이름이 붙게 되었다.

오페라는 이태리산(産) 예술로 16세기말 피렌체 바르디 백작의 궁정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 '투란도트', '나비부인', '오페라의 유령' 등 유명 오페라의 대다수는 사랑의 이야기며, 매우 통속적이다.

'피가로의 결혼'처럼 신분제를 비판하고 프랑스혁명의 원인(遠因)이 된 경우도 있지만, 오페라는 이렇듯 예나 지금이나 대중친화적인 장르이다.

오페라가 귀족용 여흥거리였고 지금도 값비싼 고급예술로 분류되나 찾아보면 오페라 속에도 민중적 발랄함과 비판정신으로 가득하다. SF · 멜로 · 무협 등의 하위장르에 오페라를 접미사로 붙인 것은 화려한 쇼처럼 볼거리가 차고 넘친다는 의미와 함께 약간의 조롱 섞인 장난기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알렉산더 포프가 입에 거품을 물고 비판해마지 않았던 오페라가 고급예술로 자리 잡았듯 장르문학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창작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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