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문화지구의 패러독스와 신포동 대책

김창수

발행일 2016-02-03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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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이 추방된 곳은 특색없는 상업지구일뿐
인천시·중구, 건물 직접 매입하는 정책전환 시급
앵커시설 조성 소상공인·문화예술인들에게 임대해야


사본 -2016김11
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아카시 나무야말로 토사구팽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개항기에 들어온 외래종이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우리의 산을 망치게 할 목적으로 심었다는 누명을 쓰고 있지만 실은 황폐한 지력을 회복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는 효자다. 아카시 나무는 박토를 아랑곳하지 않고 뿌리를 내린다. 콩과식물이라 공중 질소를 스스로 고정시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 비옥함 때문에 웃자란 아카시 나무는 쓰러지기 시작한다. 아카시 나무가 일군 땅에는 다른 식물종들이 자리 잡아 번성한다.

아카시 숲의 천이(遷移)과정은 문화예술이 애써 일구어 놓은 도시공간이 상업자본으로 대체되는 도시 재생의 과정과 흡사하다. 문화예술로 특정 지역이 활성화가 이뤄지면,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가 올라가고, 결국 문화예술 활동이 어렵게 되거나 예술가 그룹이 추방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일어난다. 대학로와 홍대 입구를 문화공간으로 활성화시킨 주역도 이곳에서 입주하여 활동한 문화공간과 예술가들이었다. 홍대 입구와 대학로에 유흥상권이 늘어나면서 창작실 임대료가 급격히 오르자 새 영토를 물색하던 예술인이 찾은 곳이 문래동의 철공소 거리였다. 그런데 문래동도 지역상권이 살아나 상업공간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어 개척자들은 조만간 또 다른 박토(薄土)를 찾아 떠나가야 할 운명이다.

인천 신포동과 개항장 문화지구에 그 같은 역설이 반복될 조짐이 역력하다. 구도심의 낙후한 풍경과 다소 쓸쓸하지만 덜 번잡스러운 거리, '착한 가격'에 손님을 반겨주는 정겨움, 예술인들이 작업하기에 적당한 공간들이 있었다. 예술인 레지던시 공간과 문화기관이 자리 잡고 특색있는 갤러리와 북카페와 공방들이 하나 둘 생겨나면서 일대의 상가가 되살아나고 어두웠던 골목길이 한층 밝아졌다. 또 인천 내항 개방과 인천시와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프로젝트가 가시화되면서 지역 명소로 바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까지이다. 최근 2~3년 사이에 상가건물의 매매가와 임대료는 30%가량 올랐으며, 5년 전과 비교하면 50% 이상 치솟았다. 문화공간과 예술인들의 새로운 입주는 물론 유지도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보면 빈곤지역 또는 재개발 필요 지역이 자연스럽게 개발의 물살을 타게 만드니 당장은 균형발전의 목적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이 과정에서 건축주나 땅 주인들, 부동산업자들은 상당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과연 '남은 자'들의 행복은 지속 가능할까? 문화가 없는 도시, 특색 없는 동네가 오래 번성하기는 힘든 법이다. 결국 지역사회의 입장에서는 큰 손실이다. 특성화해야 할 마을을 프랜차이즈의 영토로 훼손시켜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화예술이 추방된 자리는 특색 없는 상업지구일 뿐 고유의 장소성은 사라지고 매력도 퇴색하게 된다. 추방되는 것은 문화예술인뿐 아니다. 비싼 임대료로 인해 전·월세로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도 떠나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큰 손실이다. 프랜차이즈로 대체된 문화지구를 관광객이 찾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정책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보조금이나 임대료 융자와 같은 소극적 지원정책으로는 상업자본과 경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인천시와 중구가 개항장 문화지구의 중요한 건물들을 직접 매입해야 한다. 매입한 건물은 지역 특성을 대표할 수 있는 앵커시설로 조성하여 소상공인이나 문화예술인들에게 임대하여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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