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인정하기 어렵다. 항의하는 그에게 차장검사가 말한다. "나는 지금 진실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니다. 법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이 순간 법은 진실과 분리되고 검사는 정의라는 신념체계가 제거된 기술자로 전락한다.
'외전'은 정식적이고 공식적인 내용이 아니라 그것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를 뜻한다. 그러니 '검사외전'이란 검사에 대한 기존의 신화화된 믿음을 따른다기보다는 그 이면, 혹은 실상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신인 이일형 감독의 데뷔작 '검사외전'은 사기극과 법정드라마를 절묘하게 중첩시킨 버디무비이다.
사기극이든 법정 드라마이든 모두 법과 관련되어 있기는 하다. 그런데 검사는 오만함으로 강압수사를 일삼고 권력을 위해서 살인도 서슴지 않는, 인물들로 묘사된다.
이들과 반대편에 있는 인물이 사기꾼 한치원(강동원)이다. 그는 발칙하고 능청스러우며 매력적이다. 그리고 수감되어 있는 변재욱(황정민)을 대신해 진실을 밝혀낸다. 그는 마치 변재욱 검사의 아바타 같다.
수감 중 재소자들을 도와주며 변재욱은 명문화된 조항으로서의 닫힌 체계인 법을 벗어나 단순한 사실로서의 진실을 비껴나 그 이면에 있는 정의에 대해 깨달은 것인지 모른다. 그런 태도가 사기꾼 한치원과 만나면서 한층 자유롭고 경쾌해진다.
그리고 재판을 앞둔 한치원의 국선변호사에게 변재욱은 기만과 이익 사이의 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쩌면 이 조언은 법과 제도가 지켜주지 못하는 지금의 우리를 향한 것인지 모른다.
선의가 기만당하고 정직이 조롱당하며 권위에 대한 믿음과 순응이 배신당하는 세상에서 조금 더 영리하게 살아남으라는 말은 아닐까? "사냥꾼의 올무에서 스스로 구원하라"는 말이 떠오른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서 인용한 성경구절이다. 이 구절이 우리 시대의 법조문 '외전'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이대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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