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다문화·2] 오산시 '다문화 멘토'

"힘들때면 불러요, 우린 '한국정착 슈퍼도우미'!"

김태성 기자

발행일 2016-02-23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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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선배이자 멘토역할을 자처하며 후배 다문화 가정을 돕고 있는 오산지역 외국인 여성들. 사진 오른쪽 부터 태국 출신 티아라, 중국 출신 리동팡, 우크라이나 출신 굴리와 줄리아씨. 오산/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

태국서 시집온 티아라씨등 외국출신 4人
오랜 한국생활·능숙한 의사소통 재능기부
병원·은행 동행부터 김장비법 전수까지…
초보 결혼이민·이주노동자 '친정엄마역'
市다문화가족지원센터 교류 든든한 후원
오산시 통역원 참여 등 '당당한 홀로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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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면 우리를 불러요, 우리는 당신과 말이 통하는 다문화 선배니까요."

자신이 살던 곳과 언어와 환경, 문화가 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특히 낯설음도 공포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결혼이민자와 이주 노동자들의 생활이 그렇다. 이럴 때 필요한 도움은, 천만금과도 바꿀 수 없다.

게다가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자신과 말이 통하는 데다 같은 경험을 공유한 사람이라면 그 힘은 더욱 배가 된다. 타향에서 만난 고향 사람들. 바로 오산시 '다문화 멘토'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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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들의 공동 김장 담그기 현장 모습. /오산시 제공

■친정 엄마·친 언니, 그게 우리의 역할이죠

태국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티아라(36)씨는 오늘도 두터운 외투를 입고, 집을 나선다. 오산시에 정착한 지 어느덧 7년을 넘어섰지만, 따뜻한 기후의 동남아 출신인 그에게 한국 추위는 적응하기 힘든 과제다.

그래도 그가 따뜻한 안방을 뒤로하고 집 밖으로 나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고향 후배(?)들을 돕기 위해서다.

결혼이민자는 물론 이주노동자까지 오산시에는 생각보다 많은 태국 출신 외국인이 거주 중이다.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티아라씨는, 한국생활 초보단계인 태국인들에게는 구세주 같은 존재다. 언어소통이 불편한 그들과 함께 병원과 은행 등을 동행해주며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산업 및 건설현장에서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 등을 받을 때 티아라씨의 통역이 필수적이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고향 사람이 있으면 도움을 주려 한다. 나도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4년 중국 하얼빈을 떠나 대한민국 오산시에 둥지를 튼 리동팡(39)씨의 역할도 비슷하다. 10년 넘게 한국에서 생활하며 누가봐도 '한국형 아줌마'가 된 이씨는 중국에서 갓 시집 온 후배 다문화 가정의 친정 엄마, 친정 언니 역할을 해 주고 있다. 김장은 물론 밑반찬 만들기 등까지 지원해 주면서, 중국 새댁들의 든든한 후원군이 돼 주고 있다.

리동팡씨는 "제가 처음 한국에 정착할 때는, 중국 문화를 잘 모르는 한국분들이 도우미 역할을 해 줬다"며 "지금은 같은 처지의 동포가 힘이 돼 주니, 한국에 낯선 새로운 이주민들도 마음 편하게 적응기를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줄리아(39)씨와 굴리(44)씨도 이들과 같은 다문화서포터스이자 멘토다. 특히 이들이 오산에서 운영하는 식당은 고향 사람들의 쉼터 역할까지 해주며, 타향 설움을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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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시에서 진행되는 다문화 축제 현장. /오산시 제공

■전문 통역까지, 우리의 역할 인정 받았죠

이들 모두는 얼마 전부터 오산시의 정책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오산시는 지난달 20일부터 전국 최초로 '외국 주민 화상통역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 각종 민원처리에 애로를 겪는 다문화 주민을 위해, 공무원↔민원인↔통역요원 3자간 화상 연결로 8개 국어에 대한 통역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이 같은 시스템 운영이 가능한 것도 한국 적응을 완료한 다문화 멘토들이 있기 때문이다.

티아라씨는 "언어가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은데, 보다 쉽게 통역을 할 수 있는 일이 생겨 보람이 된다"고 말했다.

오산에서 외국인들의 활발한 멘토 역할이 가능한 것은, 외국인 커뮤니티에 대한 적극적인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구심점은 오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다.

센터는 한마디로 결혼이주민들에게는 '친정' 같은 존재다. 의지할 곳 없는 다문화 가정에 든든한 일명 '빽'이 되면서 다문화 가정의 한국 정착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한국어교육은 물론, 부부교실·밑반찬 만들기 등 다양한 문화교육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사회에 당당히 설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이곳은 국경도 없다. 중국·일본·태국·베트남 등 국적이 서로 다른 외국인들이 한국어교실에서 만나, 서로 어울리며 새로운 가족이 되고 있는 것.

리동팡씨는 "이곳에서 만나 친구가 되고, 가족들끼리 서로 어울리기도 한다"며 "우리에게는 이곳이 친정이자 학교"라고 말했다.

이병희 센터장은 "같은 고민과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 동질감을 느끼며 친구와 가족이 되고 있다"며 "자신들과 같은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후배들에 대한 지원이 시작되면서, 자연스러운 멘토·멘티 관계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오산/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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