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희망과 열정의 쌍고동을

박영렬

발행일 2016-02-24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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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들 수천년 떠돌았지만 비관·자포자기 안해
불행 닥치면 더 창의적·열정적 노력으로 위기극복
우리도 불안한 환경탓만 말고 정면돌파로 우뚝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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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
우수, 경칩에는 대동강이 풀린다고 하였는데 요즘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초래된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와 양극화, 청년실업 문제 등 뭐하나 시원하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아 답답합니다만, 잠시 고개를 돌려 인천항으로 가보겠습니다.

"쌍고동이 울어대는 이별의 인천항구, 갈매기도 슬피 우는 이별의 인천항구…". 대한민국 중장년층, 특히 인천시민이면 친숙한 '이별의 인천항'이라는 대중가요 가사입니다. 이 노래가 1954년, 전쟁직후에 발표된 노래라서 그런지 애절하기 그지없습니다, 가사만 보면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항구에서 저 항구로 떠나는 선원들의 애환을 노래한 것이지만, 사실은 전쟁으로 부모 형제, 삶의 터전을 모두 잃어버린 나라에서 먹고 살려고 새 터전을 찾아 항구를 떠나는 우리 모두의 슬픈 마음을 노래한 것으로 들립니다.

얼마나 사는 것이 힘들고 희망이 보이질 않았으면 작약도의 등대불만 가물거린다고 노래했을까요. 그 후로 우리는 피나는 노력과 불굴의 의지로 난파된 대한민국호를 다시 출항시키고, 세계1등 공항인 인천공항도 탄생시켰습니다. 이제는 이별만 슬퍼하는 우울한 항구가 아닙니다. 희망과 열정의 항구입니다. 어떻든 항구는 이별의 아쉬움과 만남의 기쁨이 교차하는 인생살이의 축소판 같습니다. 항구에 울려 퍼지는 쌍고동은 어떤 이에게는 아쉬움과 슬픔을 가려주기도 하지만 목표지점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열정과 희망의 나팔소리이기도 합니다.

이제 다시 시간과 장소를 거슬러 올라가 1871년 영국 런던으로 가 보겠습니다. 당시 사무엘이라는 18세의 유태인 소년이 있었는데 그의 가정은 부모와 11명의 형제가 동유럽의 유태인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흘러들어와 매우 가난하게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사무엘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그의 아버지는 선물로 일본행 편도 3등선실표를 주었습니다. 사무엘은 런던에서 일본 요코하마로 향하는 배 한 귀퉁이에 몸을 실었습니다. 수십일 간의 항해 끝에 일본에 도착한 사무엘은 주민들이 바닷가 모래와 갯벌에서 조개를 캐는 것을 발견하고, 조개껍질을 이용하여 장식품을 만들어 영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보내 팔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무엘의 생각은 적중했습니다. 사무엘은 조개껍질로 나전칠기 상자를 만들어 영국으로 보내 팔았는데 요즘 말로 대박이 났습니다. 사무엘은 그 이후에 석유사업에 눈을 돌려 역시 대성공을 하게 됩니다. 그 회사가 바로 쉘(Shell)입니다. 그런데 쉘의 로고가 조개껍질 모양입니다. 사무엘은 어려웠던 자신의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 조개껍질 모양을 로고로 삼았고, 회사를 팔 때도 회사가 존속하는 한 조개모양의 상표를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던 것입니다.

여기서 유태인의 저력을 봅니다. 바로 흩어지고 떠나는 것이 힘의 원천이었습니다. 이를 디아스포라(diaspora)라고 합니다. 유태인은 주변 민족으로부터 끊임없는 핍박을 당하고 수 천 년을 떠돌아 다녔습니다. 그들은 항상 생존의 위협을 받았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을 계속해야만 했습니다. 또 나라가 없었기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사무엘처럼 18세의 어린 나이에 런던에서 일본까지 가는 배를 타야만 했고, 일본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이들은 삶 자체가 위기의 연속이었고, 그 속에서 삶의 지혜를 체화하게 된 것입니다. '앙스트블뤼테(Angstblute)' 절체절명의 순간에 피는 꽃이라는 말입니다.

유태인들은 수 천 년 동안 나라도 없이 떠돌아 다니면서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자포자기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무엘처럼 미지의 세계를 향해 3등선실에 몸을 실었습니다. 극한 불행이 닥쳤을 때 평소보다 더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베토벤도 청력을 상실한 이후 자살을 결심하기도 했지만 교향곡3번 '영웅'을 시작으로 불후의 명곡 '합창'을 완성하였습니다. 우리도 불안한 주변 환경을 원망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를 둘러싼 위기요인들을 정면으로 돌파하여 결국 세계인들 앞에 우뚝 서야 할 것입니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이즈음 봄눈 녹듯 남북관계가 해결되고, 대한민국 항구마다 열정과 희망의 쌍고동이 울려 퍼지기를 기원해 봅니다.

/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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