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 김기상 곤지암중·고교 교장

교정에 꽃 심으니 희망 날아들었죠

이윤희 기자

발행일 2016-03-09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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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전 근무하던 학교에 다시 부임
거리낌없는 학생흡연에 '쇄신 다짐'
환경정화·또래폴리스 결성 등 노력
대입·취업률↑·신입생 인기 학교로


군대든 기업이든 어느 조직이건 말년을 편히 보내려는 것은 일반적인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정년을 3년가량 앞둔 상황에서 '마지막일지 모를 감동적 작품 하나 만들겠다'며 고생을 자처하고 나선 교육자가 있어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해 3월 광주 곤지암중·고교의 수장으로 부임한 김기상 교장.

그는 편한 여건을 갖춘 학교들의 러브콜도 마다하고 지난 80년대 젊음과 열정으로 당시 태동한 펜싱부를 전국 최고의 명문으로 만들었던, 김 교장의 땀과 눈물이 서린, 곤지암 중·고교를 다시 찾았다.

하지만 32년 만에 찾은 학교는 위상이 예전 같지 않았고 중·고교가 분리되지 못한 채 1970년대 지어진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교장으로 부임하고 너무 놀랐다. 학생들이 모여 학교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면학은커녕 이대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위기감이 컸다"는 김 교장은 그 후 학교 분위기부터 쇄신하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우리 학생들을 몸과 마음이 조화롭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다운 사람으로 키울 수 있을까,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했다"는 그는 가장 먼저 '학교환경 개선'에 주목했다.

교문 앞 학교표지판 주변에 불쾌한 냄새를 풍기던 음식물 쓰레기장을 없애고, 교정에는 앙상하게 말라버린 나무들을 대신해 예쁜 화분에 각양각색의 꽃을 손수 심는 것부터 시작했다. 30여 년 전 체육교사로 펜싱부를 호령하던 우직하기만 했던 손길이 이젠 아이들의 정서를 매만져주는 세심한 손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몇몇 학생들이 화분을 헤집어놓고 꽃을 꺾어버리는 등 화분이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김 교장은 다그치기보다 기다림을 택했고, 꽃을 심고 가꾸기를 수차례. 결국 학생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꽃 이름을 묻고, 화분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스스로 줍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각종 욕설로 뒤덮인 학교 벽면을 전면 색칠하고 담장에는 벽화작업을 진행하자, 학교가 깨끗하고 쾌적해지면서 학생들도 눈에 띄게 차분해지고 안정을 찾아갔다. 이는 지난해 교육감 표창을 받는 성과로까지 이어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김 교장은 침체한 학교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선생님들이 학생을 감시한다는 강압적인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또래폴리스'라는 것을 결성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불편한 교복 대신 생활복을 도입했으며, 격년제로 열리던 축제(태화제)를 매년 열기로 했다.

부임하면 타학교 갈 생각부터 한다는 교사문화개선에도 힘써 선후배 교사가 공감하는 시간을 만들고, 교사들의 고충에도 귀를 기울이며 근무여건 향상에도 앞장섰다.

그 결과, 부임 1년이 지난 지금의 성적표는 지난해 대학 입시에서 서울 주요 대학에 20명 이상 합격시켰고, 우수한 기업에 다수의 학생들이 취업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런 변화는 2016학년도 신입생 모집 결과로 이어져 지원자가 정원을 초과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그는 "중·고교 병설이다 보니 선택과 집중에 어려운 점이 많지만 교사·학부모·지역사회가 손잡고 아이들의 큰 꿈과 비전을 키워주는데 함께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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