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재 칼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이영재

발행일 2016-03-08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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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면 엄연한 성인 아닌가
진정한 국회 만드는 이번 총선
지연·학연·혈연 모두 버려야
지역발전 위해 일할 사람인지
그것만 보고, 그 이름에
도장을 '쓱' 찍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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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논설실장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우리 함께 노래합시다/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버리고/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요즘 어디에서나 흘러 나오는 이 노래. 오리지널 곡도 좋고 리메이크 곡도 좋다. 드라마가 뜨면서 같이 떴다. '응답하라 1988'의 메인 타이틀 곡 '걱정말아요 그대'다. 특히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요 대목이 마음에 와서 '확' 박힌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나름의 의미가 있으니 내버려 두라는 것이다. 나도 정말 그러고 싶다. 지나간 건 흘려 보내고, 새판을 짜 새 출발을 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다.

미국, 영국 등 정치 선진국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물갈이'라든가 '영입'이라든가 하는 반민주적인 용어를 듣기가 어렵다. 막강한 정당 지도자라 하더라도 지구당의 의사에 반해 마음대로 '물갈이'를 하거나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행위는 꿈도 꿀 수 없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누구든 소속 정당의 지역활동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능력을 인정받게 되면, 자연히 의회로 진출하게 되고 능력 여하에 따라 총리까지 할 수도 있다. 이들은 '물갈이'로 들어간 소위 참신한 정치 신인도 아니고 '영입'으로 입당한 소위 덕망 있는 인물도 아니다. 미국도 마찬가지고 독일도 마찬가지다. 당대표가 마음대로 누구를 찍어내고, 누구를 공천하는 구태를 저지르면 당원들이 용서하지 않는다. 영국이나 독일이 우리 같은 저급 정치판이었다면 대처나 메르켈 총리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총선을 한달여 남겨둔 우리 정치권을 보면 낯이 뜨겁다. 하긴 새삼스러운 모습도 아니다. 늘 보던 후진정치.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저급 정치의 극치다. 한번 찢어진 야권은 다시 통합론으로 시끄럽고, 여당은 공천 주도권을 놓고 친박과 비박 간 피를 보이기 시작했다. 하긴 그동안 수십번 수백번 봐왔던 너무도 익숙한 모습이다. 비상사태라고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켜 달라며 난리를 쳤던 새누리당을 보노라면 이러고도 집권당을 자처할 수 있나싶다. 하긴 야당이라고 크게 다를 것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갑자기 국민의당을 향해 '야권통합론'을 들고 나온 것은 정치의 희화화를 불러왔다. 한달 전 외부에서 영입된 김 대표가 60년 역사를 가진 야당의 공천권을 휘둘러도 미운털 박힐까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하는 제1야당의 민낯은 짜증 그 자체다. 두번에 걸쳐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허약한 제1야당이다.

상당수 국민들은 19대 국회를 헌정 사상 최악의 국회로 생각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국회의원 전원을 갈아 치우자'는 성난 민성을 듣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눈치 빠른 국회의원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그들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구태를 반복하며 저지르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냥 내버려 두는 속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9대 국회를 그토록 욕하면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그들에게 표를 던지는 이중적 정치성향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19대 국회가 무능하고,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이 '슈퍼갑질 전문 고액 연봉가'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번 총선에 전혀 변하지 않고 반성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에게 다시 표를 던질 것이다. 그들을 국회로 보내서 19대 국회 버금갈 무능한 20대 국회를 만들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그리고 다시 국회의원 잘못 뽑았다고 뒤에서 손가락질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러지 말자. 그런 뒷담화를 할 바엔 차라리 투표를 깨끗하게 포기 하는 게 낫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냥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 20대면 이제 엄연한 성인 아닌가. 진정한 성인다운 국회를 만들기 위해 이번 총선에선 지연 학연 혈연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자. 정말 지역 발전을 위해 일할 사람을 뽑아 보자. 그렇게 국민의 손으로 선거혁명을 이뤄보자. 나는 그럴 생각이다. 지연도 학연도 심지어 흡연까지 모두 지나가는 개에게 던져 줄 생각이다. 그동안 지지했던 정당도, 정치이념과 철학도 이번에는 쓰레기통에 버릴 것이다. 그리고 지역발전을 위해 제대로 일할 사람인지 그것만 보고, 그 이름에 도장을 '쓱' 찍을 것이다. 정말 그럴거다.

/이영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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