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칼럼] 사약에는 뭐가 들었을까요? - 부자에 관해서

죽음 부르는 '독' 잘쓰면 오한치료 최고 '약재'

경인일보

발행일 2016-03-15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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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초오·수은 등 현대에도 처방
약은 '양날의 검' 자의적 판단 위험


거북이한의원 김병철 원장
김병철 거북이한의원 원장
언젠가 친구와 사극을 보다가 사약(死藥)을 먹고 죽는 장면이 나온 적이 있다. 친구는 "사약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가길래 바로 피를 토하고 죽느냐"며 "맹독성의 독극물이 많이 들어갔겠다"고 내게 물었었다.

그런데 사약의 주 재료를 한의학적으로 따져보면 놀라운 점이 많다. 사약의 주 약재 중 상당수는 현재에도 각종 질병의 치료를 위해 실제 처방에서 사용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사약은 궁중의 의료기관인 내의원(內醫院)에서 만들어서 죄인에서 보내졌다. 전통적으로 사약의 재료로 많이 사용된 것으로는 비상(砒霜), 천남성(天南星), 부자(附子), 초오(草烏), 수은 등인데 이들 약재를 적절하게 섞거나 혹은 단독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우 유독(有毒)한 약재로, 많은 양을 먹게 되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에는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약재도 꼭 필요한 경우에 적절한 양을 사용하면 다른 어떠한 약재보다 놀라운 효능을 보여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부자다. 부자(附子)는 매우 독이 강하고 뜨거운 성질을 가진 약재로, 몸의 한기를 몰아내는 가장 효과적인 한약재다. 신체 일부나 전신에 오한을 느끼면서, 그 부분이 아프거나 혹은 무겁고 감각이 둔해지면서 시린 경우 부자의 강한 성질이 한기를 몰아 내 인체 기능 활동을 정상으로 되돌려준다.

실제로 부자의 주요 성분인 아코닌(aconine)은 인체에 들어가 심장을 강하고 빠르게 뛰도록 한다. 또 말초 혈관을 넓혀 전신의 혈액순환을 증대시킨다. 인체의 각 세포에 활력을 불어넣는 셈이다.

또한 콩팥 위에 있는 내분비기관인 부신에 작용, 탄수화물과 무기질 대사를 돕는 부신피질 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뿐만 아니라 글리코겐의 생합성을 촉진시키는 등 각종 대사 장애 및 성 기능 장애에 탁월한 효과를 보여준다. 이렇듯 부자는 독성이 강하지만 적절하게 사용하면 인체 기능 저하를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명약이 된다.

모든 약은 양날의 검과 마찬가지다. 위험이 큰 약도 잘 사용하면 효과가 좋지만 아무리 뛰어난 약도 잘못 쓰면 독이 된다. 따라서 약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의사나 한의사 등 전문가의 판단 없이 주위의 말만 듣고 약을 복용하면 위험한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다.

/김병철 거북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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