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무늬만 도시브랜드' 에서 탈피하기

원제무

발행일 2016-03-16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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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과 끼·정체성 없는 브랜드는
허접하고 사유도 부재해 보인다
내고장 아름답게 표현하려면
영감과 미래에 대한 상상력으로
여러 분야를 담아낼 수 있는
감성적이고 융합적 탐색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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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무 한양대 교수
'I ♡ N. Y.'이란 도시브랜드는 강력하면서도 매혹적이다. 세계 최고의 미술관, 디자인, 패션, 월스트리트, 뮤지컬, 박물관을 가지고 있는 뉴욕과 사랑에 빠지지 않고는 못 배긴다. 이 짧은 도시브랜드 덕분에 브랜드가 만들어진 1년 뒤 뉴욕시의 관광수입은 무려 1억4천만 달러로 늘어났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성공한 도시브랜드는 방문객과 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도시브랜드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허파와 같은 구실을 해야 한다. 혼과 끼가 담긴 브랜드는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리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준다.

'AH! PARIS' 단순하고 힘이 있다. 원래 문화적 토양이 잘 다져져 있는 도시라 이 짧은 슬로건 한방으로 끝낸다. 얼마 전 다시 만든 서울시의 'I.SEOUL.♡.YOU'는 매우 모호하고 공허하다. 무슨 의미인지 와 닿지 않는다. 브랜드의 내용을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면 실패한 브랜드이다.

'경기광명동굴'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광명시의 브랜드가 되었다. 1912년부터 60년간 광산 이었던 이곳의 금, 은, 동과 아연은 고스란히 일본으로 보내져 태평양 전쟁의 무기가 되었다. 광명시는 지난 2011년 이곳을 와인동굴로 다시 살려냈다. 이 와인동굴에 3년간 100만 명이 다녀갔다. 1957년 리버풀에서 로큰롤에 열광하던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가 밴드 '비틀스'를 결성했다. 당시 비틀스와 함께 400개의 아마추어 밴드가 리버풀 중심가 매튜 스트리트의 캐번 클럽에 모여서 음악 활동을 했다. 리버풀, 더 나아가서는 캐번 클럽은 록의 성지라는 브랜드가 붙여졌다.

도시재생으로 도시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도시들도 있다. 런던의 도크랜드(Dockland)는 본래 영국의 관문이라고 부르던 항만 지역이었으나 공업의 쇠퇴 등으로 낙후지역이 되었던 곳이다. 영국정부는 런던 도크랜드 개발공사를 출범시켜 템스 강변에 국제 업무단지인 도크랜드 도시재생지역을 조성하여 세계적인 금융 도시지역으로 만들었다. 이 밖에 일본 도쿄의 록본기힐스, 시오도메지구, 오모테산도힐스 등도 도시재생을 통한 도시 재 브랜딩의 성공적인 사례이다.

2004년 개관한 일본의 가나자와 미술관은 인구45만명의 도시 브랜드로서 탄탄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미술관은 조용한 생태정원으로 관객을 유혹하는 디자인으로 브랜드가치를 올려주고 있다. 마치 관객을 미술관으로 초대하여 관객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개방성을 공간에 표출하고 있다.

스페인의 공업도시인 빌바오 시는 1980년대 바스크 불황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문화산업이라고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의 분관을 유치하였다. 프랭크 게리라는 현대건축사에 획을 긋는 기념비적인 건물을 탄생시켰다.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이 이 도시를 감상하러 몰려들고 있다. 빌바오의 도시브랜드는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으로 재 포지셔닝하고 있는 샘이다.

우리의 도시마다 각종 문화유산이나 이벤트로 문턱을 낮추어 고객을 끌어들이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 도시의 브랜드는 거의 비슷비슷하다. 'Dynamic Busan'은 국가브랜드인 'Dynamic Korea'의 카피라는 걸 누구나 안다. 자신들의 도시의 본질에 대한 고뇌와 탐구가 깃들어 있는 도시브랜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체성이 없는 브랜드는 허접하고 사유가 부재해 보인다. 아름다운 도시브랜드를 만들려면 영감과 역사 감각, 미래에 대한 상상력으로 여러 분야와의 접합을 통한 융합적 탐색이 필요한 이유이다.

자신들의 도시에 어울리는 정체성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도시브랜딩의 시작이다. '무늬만 브랜드', '공허한 슬로건'이 너무 많은 한없이 가벼운 '도시 브랜드 만들기'에서 하루바삐 탈피해야 한다.

/원제무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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