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강의 음악살롱

[윤중강의 음악살롱] 작곡과 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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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 평론가·연출가
표절은 범죄다. 작년, 문학에서 논란이 거셌다. 올해, 연극도 의혹이 제기됐다. 소설과 공연에 침투한 표절을 놔둬선 안 된다. 음악은 어떤가? 여기도 그렇다.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을 뿐이다. 표절의 근절을 위해, 평론가가 나서야 하나? 제대로 밝혀내고 싶으나, 들이는 시간이 아깝다.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피곤하다. 당사자가 누구보다 더 잘 알지 않을까?

음악에서 표절을 막기 위해, 우선 작곡과 편곡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우선 이것만큼은 꼭 지켜져야 한다. 국악에서 특히 더 그럴 필요가 있다. 편곡을 치자면 용인할 수 있어도, 작곡으로 봤을 땐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곡들이 많다. 작곡과 편곡은 다르다.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작곡이 일단 더 창의적이다. 아주 엄밀하게 구분되는 건 아니지만, 작곡은 예술적 작업이요, 편곡은 기술적인 작업이다. 한 예로, '아리랑'을 가져와서 그 선율을 거의 사용하고 있는 곡을 들겠다. 아리랑의 리듬을 좀 달리하고 악기편성을 좀 달리했을 뿐이다. 이건 누가 봐도 편곡이다. 그럼에도 북클릿과 리플렛에 버젓이 '작곡'이라고 적는다. 이건 불량한 표절행위다.

"작곡인가? 편곡인가" 작곡가 저마다의 자기검열이 요구된다. 편곡의 가치와 편곡적인 능력을 간과하는 건 아니다. 작곡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거고, 편곡은 유에서 유로 변화시키는 거다.



전통음악은 앞선 시대의 산물이다. 이후 세대가 공유할 자산이다. 국악은 그간 '전통의 계승'이라는 차원에서, 타 분야에 비해서 모방과 표절에 너그러웠다. 기존 음악을 도용한 작품도, 기존 작품을 모방한 작품도, 국악의 외연을 넓히는 범주에서 포용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 된다.

'이 작품은 전통에 충실했다' 작곡가 자신의 이런 해설을 본다. 어떤 곡은 실제 듣고 나서,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이 작품은 전통을 모방(표절)했을 뿐, 작곡가 개인의 창의성은 부족하다.'

문학에 편역(編譯)이 있는 것처럼, 음악에 편작(編作)이 있을 수 있다. 새롭게 만들어진 편작엔 그 담당자의 구성력과 창작성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100% 자기 작품이라 하지 않는다. 그럴 순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편곡의 수준은 아니라고 해도, 일부 작곡가의 구성력과 창작성이 들어갔다고 해서 '작곡'이라 말하긴 어렵다. '편작'이라 해야 맞다.

비유컨대, '가시리'를 전통으로 삼아서, '진달래꽃'과 같은 작품을 만들어내자. 실제 결과물은 '가시리 2' 정도인 걸 가지고, 대단한 걸 작곡한 양 합리화 말아라.

국악계가 더욱더 건강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선, 앞으로 작곡과 편곡은 엄밀하게 구분이 돼야 한다. 한편 기성 작곡가의 자기복제적인 작풍이 근절돼야 한다. '어제의 나'를 '오늘의 나'가 고민 없이 재탕한다. 신세대가 들어갈 자리를 구세대가 그렇게 하고 있다면, 이건 큰 죄악이다.

음악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의 심성을 아름답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양심에서 걸리는 작품은 더 큰 문제다. 지구상에 완전 새로운 것은 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했을 때, 창작과 모방의 경계와 원전(原典)과 표절의 구분은, 당사자가 더 잘 안다. 창작자의 자기검열, 양심선언, 고해성사를 기대한다. 이젠 표절을 그냥 바라볼 순 없다!

/윤중강 평론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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