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면 문학평론가 |
인공지능형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을 지켜보면서 무섭도록 발전하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류문명의 재앙이 될지 새로운 희망이 될지 속단하기 어려우나 이것은 지금 상상속의 일이 아닌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산업혁명 초기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빼앗는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을 벌인 바 있으며, SF사상 최초로 로봇을 등장시킨 실험극 '로섬 유니버설사의 로봇'(Rossum's Universal Robots, 1920)을 통해서 카렐 차페크(1890~1938)는 로봇의 반란과 인간의 멸망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선보인바 있다.
과학의 발전이 인간에게 재앙이 되고 마는 역설과 로봇의 반란을 다룬 실험극 'R. U. R.'은 즉각 전 세계 주요 도시들에서 공연되며 엄청난 화제를 몰고 다녔다. 참고로 로봇은 '노동하다'라는 뜻을 지닌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나왔다.
로봇은 한국문학사에도 일찌감치 소개됐다. '개벽'지 기자이자 한국 신경향파문학운동의 기수였던 박영희(1901~?)는 이 연극을 '인조노동자'로 개칭, 1925년 '개벽'에 4회에 걸쳐 연재하였다. 반란을 반역으로 번역한 것이다.
'사의 찬미'의 가수 윤심덕과 함께 현해탄에서 목숨을 던져 더 유명해진 한국 근대극예술운동의 선구자 김우진(1897~1926)도 '축지 소극장에서 인조인간을 보고'(1926. 8)란 연극평을 남기기도 했다. 사실 로봇은 오래된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청동거인 탈로스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창조물로 크레타섬을 지키는 무시무시한 파수꾼이었다. 또 계몽주의 시대 프랑스의 발명가 자크 드 보캉송(1709~1782)은 기계오리와 플루트를 부는 자동인형을 만든 바 있다.
로봇을 SF의 소재로, 어린이문학으로 봐서는 곤란하다. 그리스 신화와 계몽주의 시대와 연결돼있고, 최근에는 로봇공학(robotics)이 새로운 첨단산업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영원한 노벨상 후보자 레이 브래드버리(1920~2012)는 SF를 단순한 문학 장르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라고 했는데, 현재 로봇은 사회학을 넘어 신화와 철학과 문학과 산업으로까지 뻗어가고 있다.
또 오토마타라고 하여 로봇과 기계장치의 원리를 이용한 예술장르도 있다. 로봇의 시대가 왔다. 상상력이 중시되는 지식기반 시대 이제 장르문학의 상상력에 대해서 정색하고 주목해봐야 한다.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창작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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