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아동보호전문기관·2] 격무에 시달리는 상담원들

주70시간 고강도 업무
끼니 챙길 여유도 없다

강기정·전시언 기자

발행일 2016-03-22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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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직원 태부족 '과부하'
왕복 4~5시간 '원정'조사도

경기도 내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의 상담원 A씨는 오늘도 점심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아침 9시30분에 사무실을 나서 저녁 8시에 복귀하기까지, 그는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각각 다른 시·군에 있는 가정 3곳을 방문했다. 모두 아동 학대 신고가 접수된 곳이다.

아동을 감추려는 보호자와 실랑이를 하고, 대답을 피하는 이웃들을 설득해 뭐라도 들으려다 보면 한 집당 2~3시간은 우습게 지나간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이동 시간이라도 줄일 수 있었겠지만 이날은 먼저 현장 조사를 나간 직원이 차량을 배차받았다.

밥 먹을 틈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 채, 어디선가 구원의 손길을 기다릴 아이들을 찾아 퉁퉁 부은 발을 힘겹게 움직인다.

해가 진 후에야 녹초 상태로 사무실에 들어왔어도, 퇴근하려면 2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 그날 찾아간 학대 피해 아동의 집은 어디인지, 아이를 때린 사람은 누구인지, 아동은 어떤 상태인지를 상세하게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근한지 13시간 반이 돼서야 A씨의 하루가 끝난다.

아보전 상담원의 주 업무는 아동 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으로 출동해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파악하는 것이다.

상황이 심각하면 아이를 학대 가해자로부터 격리해 긴급보호시설에 맡기고, 사안이 크지 않더라도 아이가 계속 잘 지내는지 살펴보는 것 또한 상담원이 해야할 일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학대 현장의 최일선에서 피해 아동의 '구원투수'가 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 구원투수들은 아이 이름 석자 외우기에도 벅차다.

하루 13시간 근무는 기본, 야근·출장은 필수, 휴일 반납은 서비스인 근무 특성 탓이다.

근로기준법 상 주 40시간 근무가 원칙이지만 상담원들은 보통 70시간을 넘게 일한다.

도내 31개 시·군에는 아보전이 11곳 뿐이라 한 지역 아보전이 평균 2~3개 시·군을 담당해야 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아보전 1곳당 상담 인력은 6~9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중앙아보전이 집계한 지난해 경기지역 아동 학대 건수는 2천972건으로, 직원 1명당 1년간 적어도 아동 22명을 담당했던 셈이다.

학대 가해자와 가족, 친구, 이웃 등까지 포함하면 상담원들이 1년 동안 만나는 사람은 300명 정도다.

중앙아보전은 전국적으로 1년 동안 상담원 1명이 평균 184건의 아동 학대 사건을 담당하면서 800명가량의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십, 수백명을 만나는 동안에도 어디선가 또 다른 아동이 학대로 신음하고, 다시 달려가야 한다.

아보전 관할 지역이 광범위할 경우 상담원들의 업무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의정부아보전에서 일하는 상담원 10명가량은 매일 포천과 양주·동두천·연천을 왕복 5시간을 오가야하고, 성남아보전 상담원들도 하남, 광주, 양평까지 왕복 4시간인 곳까지 '원정' 조사를 거듭해야 한다.

화성·안산아보전 상담원 역시 여차하면 섬까지 출장을 가야하는 실정이다.

아보전 별로 차량은 3대가량만 배치돼있어, 상담 인력 10명 중 7명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고통받고 있을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만나야 하지만 "버스로만 다니려면 하루에 2곳 이상을 갈 수 없는 경우도 종종 생기곤 한다"고 상담원들은 토로한다.


학대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겪는 각종 폭언·폭력 위협에 극심한 격무까지 겹쳐, 2년 이상 버티는 상담원들이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게 지역아보전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 아보전 관계자는 "아보전이 시·군마다 있어야 하지만 부족한데다 상담원 수마저 적어, 모두 격무에 시달리며 매달리는 데도 체계적인 관리가 여건 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강기정·전시언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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