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주주총회의 계절, 무엇을 보고 느낄 것인가?

김방희

발행일 2016-03-24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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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실상 많이 알 수 있기에
소액주주들 주총참석 권한다
듣는 정보는 왜곡되기 쉽지만
보고 느끼는게 백배 낫기 때문
무엇보다 중요한건 주주들이
주총문화 바꾸는데 앞장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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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
요즘 같은 주주총회 계절만 되면 비슷한 질문이 답지한다. 최근에도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받았다. 누가 주주이고, 그들은 어떤 권한을 갖고 있나? 역시 교과서다운 답을 했다. 어떤 기업 주식 1주만 갖고 있어도 주주다. 주주는 주주총회에서 그 지분에 해당하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주주총회는 주식회사의 최고 의결기구다.

그 답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는 나도 안다. 답을 듣는 사람도 어렴풋이 느낄지 모르겠다. 주주와 주주총회에 관한 한 우리나라 현실은 교과서와 거리가 멀다. 재벌(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부터가 그렇다. 진짜 오너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는 마당에 교과서상 주인들은 큰 의미가 없다. 이런 지배구조 하에서 주주총회는 거수기나 고무도장 같은 요식 절차에 불과할 뿐이다.

주식회사가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점에서 주주총회는 그 나라 자본주의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 주주총회의 실상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것이 바로 '슈퍼 주총데이'다. 올해는 무려 333개사의 주주총회가 열린 18일이 바로 이 날이었다. 한 날 한 시에 주요 기업들의 주총이 무더기로 열린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누가 뭐래도 우리 기업들이 소액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를 원천봉쇄하겠다는 뜻이다. 언론과 시민단체가 이런 관행을 없애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왔지만 사반세기 동안 변함이 없었다.

당장 고질적인 담합 행위를 근절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대만이 이미 시행중인 쿼터제가 있다. 증권 감독당국이 주요 대기업이 주주총회를 희망하는 날짜를 신고 받은 다음, 특정 날짜에 몰리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특정일 쿼터를 넘어선 기업은 다른 날짜를 선택해야만 한다.

미국 일부 기업에서 시행중인 온라인 주주총회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지금도 전자투표제는 시행중이다. 오프라인 주주총회와 함께 주주들이 온라인으로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제도를 활용하는 기업은 상장사 10개 가운데 3개 미만이다. 우리가 인터넷 강국에, SNS 활용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해 온라인 주주총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기업의 한심한 주주총회 관행을 물려받지 않은 벤처나 정보통신(IT) 기업의 경우는 필수적이다.

대주주로서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도 우리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다. 연기금의 투자는 경영 참여 목적이 아니다. 따라서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으로 권리 행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의결권 행사를 하기로 한다면 일관된 원칙과 방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투자 대상 기업의 주주 이익과 연기금 공여자인 국민의 이익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절충한 결과라야 한다. 지금까지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보면 뚜렷한 일관성이 없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주도한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한 반면, 이번 SK 최태원 회장이 바란 등기이사 복귀에는 반대했다. 여기에 같은 기준이 적용됐다고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주주총회가 원하는 그림은 아닐지언정, 질문을 던진 소액 주주들에게는 주주총회 참석을 권한다. 어떤 기업의 실상에 대해서 정말 많이 느낄 수 있어서다. 손님을 초대하고 다과상을 준비해놓은 가족들을 보면 그 가정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는 법 아니겠는가. 코스닥 상장사 코데스 컴바인 사태를 보면서도 새삼 느낀 사실이지만, 귀로 듣는 투자 정보는 왜곡되기 쉽다. 그보다는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정보가 백배 낫다. 무엇보다도 아직은 갈 길이 먼 우리 주주총회를 바꿔나갈 이들도 궁극적으로는 주주들뿐이다.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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