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아동보호전문기관·4] 퇴직 악순환, 피해는 아동에게

아동학대 '구원투수'… "상담원부터 구하라"

강기정·전시언 기자

발행일 2016-03-25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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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상담사
24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상담원 등 직원들이 과도한 업무로 퇴근 시간이 지난 후에도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2년 채 못버티고 잦은 교체 일쑤
"피해아동 쉽게 마음 못연다" 토로
정신적 고통 완화 심리치료 요원

아동학대 방지의 '최첨병'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 상담원들이 격무와 정신적 고통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는 결국 사회보호망의 '구멍'으로 이어진다.

용인 등에서 아보전 상담원으로 일했다는 A씨는 지난 17일 "아보전의 상담원들은 2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직원 교체가 잦은 편"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아이와 가장 가까워져야 할 상담원들이 자꾸 바뀌니 학대를 당한 아이들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평택 신원영(7) 군의 경우 지난 2013년 말 처음 학대사실이 알려졌고, 이후 화성 아보전에서 신군을 담당하다가 지난해 6월 평택에 아보전이 생기면서 관할기관이 평택 아보전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업무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처음 화성 아보전에서 신 군 사건을 맡았던 상담원은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도중에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아보전 상담원이 신 군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10여 차례나 있었지만, 아보전의 면밀한 관리가 이뤄지지 못했고 신 군은 끝내 희생되고 말았다.

A씨는 또 "지역 아보전에서 일하는 상담원 상당수가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여성이라 육아경험 등이 아무래도 부족해 아동학대 업무를 담당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있다"며 "아보전에만 뭐든 맡겨놓을 게 아니라 정부가 조직을 체계화해 교육·조사·관리 등 분야별로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고통받는 아이들의 '구원투수'인 아보전 상담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아동학대의 보호망을 더 탄탄히 구축하는 길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아보전 상담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요원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아보전 상담원들은 관할 구역이 너무 넓어 업무가 산더미인 상황인데, 민원 업무 등 처리해야 할 잡무마저 많다. 민원은 대개 아동학대 가해자들이 상위기관인 보건복지부 등에 '보복성'으로 제기하는 것이다. 아동을 관찰하고 그들과 상담해야 할 시간에 민원인과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한 지역 아보전 상담원은 "학대 피해 조사를 나갈 때마다 폭언에 시달리는 것도 힘든데 '보복성' 민원까지 쏟아지면 '내가 잘못해서 아보전에 피해를 끼친다'는 생각에 고통스럽다. 아동도 아동이지만, 우리 상담원들 역시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할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고통을 호소하는 상담원들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아보전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민간단체에서는 올해부터 '상담원 심리치료'를 자체적으로 도입했지만 이마저도 신청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담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평일에는 일이 너무 많아 치료받을 시간이 없고, 주말에는 녹초가 돼 쉬기 바쁘다"고 말했다.

중앙대 박정윤 심리학과 교수는 "아보전 상담원들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근본적으로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동학대 보호망을 구축하는 데 있어 아보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심리치료 등 필요한 부분도 아직 정부차원에서 지원을 못했는데, 여러모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예산체계를 개편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설 생각"이라고 밝혔다.

/강기정·전시언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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