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 아직도 공약(空約)을 믿으십니까

북핵문제·파탄 난 민생, 그 누구도 돌보지 않아
경제위기·일자리 해결 "내가 할 수 있다" 호들갑
'다리밑에 강 만들어 주겠다'는 정치인 가려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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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선거로 뭔가가 바뀐다면 정부는 선거를 불법으로 만들 것이다." 미국 정가에서 선거를 비하하는 말 중 하나다. "선거로 국민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당연한 일"이라는 말만 봐도 '대의(代議) 민주주의'의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선거'의 부정적인 단면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유명 여배우 산드라 블록이 주인공을 맡은 영화 '프레지던트 메이커(원제 : OUR BRAND IS CRISIS)'는 미국의 유명 선거전략가들이 볼리비아 대통령 후보자를 도와 선거를 치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상황에 허구를 가미한 영화에서 주인공인 제인 보딘(산드라 블록)은 부패 정치인으로 낙인 찍혀 지지율 8%밖에 되지 않은 전직 대통령 카스틸로의 선거 참모를 맡는다. 산드라 블록은 지지율 38%를 달리는 리베라 후보의 참모인 미국 최대 선거전략가 팻(빌리 밥 손튼)을 상대로 권모술수를 벌여 아슬한 차이로 카스틸로를 대통령으로 만든다.



산드라 블록의 선거전략은 이렇다. 그녀는 볼리비아의 국민들을 상대로 거창한 사기극을 기획한다. 먼저 실업, 금융 파탄 등 크고 작은 모든 문제를 '위기(CRISIS)'로 규정하고 나라가 곧 파산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조성한다. 이어 안하무인의 성격을 가진 카스틸로 후보를 강하고 추진력 있으며 위기에서 국민들을 구해낼 인물로 포장한다. 국가적 위기와 공포를 조장한 카스틸로 후보는 IMF 구제금융을 받기 전에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고 당선된다. 그러나 그는 선거가 치러진 다음 날 당선자 신분으로 IMF 구제금융에 서명하고 이를 본 국민들과 그의 지지자들조차 항의 시위를 벌이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여기서 산드라 블록은 열정적으로 카스틸로를 지지했던 청년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 "국민투표 약속. 예 그랬죠. 거짓말을 한 거예요. 세상이란 게 원래 그래요. 그게 정치야. 그렇게 움직이죠. 선거라는 게 거창한 약속으로 시작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그리고 아무런 일 없듯 호텔 문을 나선다. (그녀도 나중에는 회의감에 시위에 참여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영화는 '정치'가 아닌 '코믹'으로 분류돼 있다.

요즘 국내에서도 미국의 코믹 정치 영화 같은 '4·13총선' 제목의 영화 한 편이 상영되고 있다. 특히 총선의 공천 과정에서 여야가 보여준 행태는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을 실망하게 하는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 정당 간의 갈등은 그렇다 하더라도, 온갖 꼼수가 벌어진 정당 내 계파 싸움은 가관이다. 국민을 대변하는 인물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을 구하기 위한 예비실직자들의 목숨을 건 사투처럼 보인다.

공천 후보자들의 내놓는 공약(公約)도 겉만 화려한 공약(空約)이란 비난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북한이 핵을 들고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고, 파탄이 난 민생은 누구 하나 돌보지도 않고 있다. 경제를 주도했던 주요 산업들은 설 곳을 잃었고, 일부 젊은 부모들은 아이들을 팽개치고 심지어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청·장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19대 국회에서 논의되고 해결 방안들이 마련됐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총선에 나선 후보들은 이런 일들이 마치 바로 어제 벌어진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자신만이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인물이라고 여기저기서 확성기를 틀어댈 모양새다. 강(江)이 없는 곳에 다리를 놓아 준다는 것을 지키지 못할 공약(空約)이라고 지적하니까 그 다리 밑에 강을 만들어 주겠다고 공약(公約)하는 정치인은 반드시 가려 내야 한다.

/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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