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사진(김은철)
김은철 과천시선거관리위원회 위원·변호사
동장군의 억센 손길을 뿌리치고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매화와 산수유를 시작으로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 등 꽃들의 행진이 절정에 이를 4월 13일 우리는 또 다른 꽃봉오리를 만나게 된다. 민주주의의 소중한 꽃, 국회의원 선거가 전국에서 '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유권자의 3분의1 이상이 '민주주의의 꽃' 감상을 포기하는 게 현실이다. 가장 큰 원인은 '나 하나쯤 빠진다고 결과가 달라지나'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선거권이 사실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얻어낸 것이기에 이를 쉽사리 포기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성별, 인종, 종교, 지역, 학식, 재산 등을 고려하지 않고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선거권을 가진다. 이를 보통선거라고 하는데 1950년 5월 10일 제헌 국회의원 선거 이후 계속 보통선거가 치러져 왔기에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다.

민주주의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경우 1832년 전까지는 1년에 40실링 이상을 세금으로 낸 토지 소유 남성들만 선거권이 있었고 그 수는 전체 성인 인구의 약 3%에 지나지 않았다. 이후 '토지를 임차했거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남성', '1년 이상 도시에 거주하면서 지방세를 냈거나 연 10파운드 이상 집세를 낸 남성', '어디에서건 1년 이상 거주하면서 지방세를 낸 남성' 등으로 유권자 범위가 확대됐다. 19세기 들어 '20세 이상의 남성과 30세 이상의 여성'을 거쳐 1918년에 비로소 20세 이상 모든 성인의 선거권을 인정했다. 보통선거가 완전히 정착되기까지 기나긴 세월이 필요했던 것이다. 미국도 영국과 비슷하게 제한선거가 이뤄졌는데 특히 흑인과 인디언의 선거권이 아예 부정됐다. 193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모든 인종에게 선거권이 부여됐다. 이탈리아에서는 한때 문맹자의 투표권이 부정되기도 했다.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또 다른 큰 이유는 정치 무관심이다. 우리는 주위에서 '정치인들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심지어는 '정치인들은 모두 도둑X'이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무관심 또는 정치 혐오가 마치 자신의 고매한 인격을 나타내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 자신보다 저급한 사람들의 지배를 받는 것'이라는 플라톤의 말처럼 투표 포기는 결국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오기 마련이다. 마음에 드는 후보자나 정당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수록 관심을 갖고 선거 정보를 꼼꼼히 비교해 차선의 후보라도 선택해야 한다. 덜 나쁜 후보자나 정당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최악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차악이라도 골라야 하는 것이 선거다. 그래도 못 찾겠거든 일단 투표장에 가서 무효표라도 던지고 오라. 비록 당락에는 영향이 없겠지만 자신이 속한 연령대의 투표율을 높여 결과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다. 노인 복지가 갈수록 강화되는 주요 원인이 노년층의 높은 투표율임은 이제 상식이 됐다. 한 세대의 투표율이 그 세대의 이익으로 직결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선거라는 꽃을 어떻게 감상하건 개인의 자유지만 이 한 마디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 '모든 국가는 그 국민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가진다' 우리의 선택이 우리의 수준을 결정한다.



/김은철 과천시선거관리위원회 위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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