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인천의 정치적 민도(民度)가 낮다고?

이충환

발행일 2016-04-13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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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지역 안 가리고 정당도 편애않는 '고유의 성향'
지역발전·나라살림 잘 할것 같으면 '지지하는 특성'
이번에도 그 특유함 나타나니 함부로 평가 안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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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인천이 대한민국 선거사에서 주연급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1985년부터다. 이 해 2월 12일 실시된 제 1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인천은 대구와 함께 당당히 시·도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도의 하위 행정단위가 아닌, 직할시로서의 인천 투표율이 공식적으로 집계됐다. 당시 인천 인구수는 131만2천여 명, 확정선거인수는 81만3천500여 명이었다. 277개 투표구에서 투표가 진행된 결과 80.7%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전국 투표율 84.6%보다 3.9%P 낮은 수치였다. 13개 시·도 가운데 충북이 90.4%로 일등을 차지했고, 인천이 꼴찌였다.

투표율과 관련한 인천의 '흑역사(黑歷史)'는 이렇게 시작된다. 4년 뒤인 1988년에 치러진 13대 총선에서는 투표율 70.1%로 서울 69.3%에 이어 뒤에서 두 번째를 차지했다. 이제 임기를 끝내는 19대 국회의원들을 선출했던 2012년 총선의 득표율은 51.4%, 다시 꼴찌였다. 12대부터 19대까지 모두 여덟 차례 치러진 총선에서 인천은 꼴찌 3번, 꼴찌 바로 윗자리를 5번 기록했다. 영남 정치세력이 집권하든 호남 정치세력이 집권하든 인천은 늘 최하위권에 자리했다.

최하위 투표율과 함께 인천의 선거를 특징짓는 것은 여당으로 향하는 표심(票心)이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인천 유권자들은 지역구 7석 가운데 6석을 여당인 민주정의당에게 몰아주었고, 1992년 14대 총선에서도 민주자유당에게 5석을 주었다. 김영삼 대통령 재임 중인 1996년 15대 총선에서는 11석으로 늘어난 지역구 의석 가운데 9석을 신한국당에게 안겨주었다. 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0년 16대 총선 땐 새천년민주당에게 6석을 주어 우세승을 거두게 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용돌이 속에서 치러진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에게, 이명박 대통령 임기 초기인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에게 지역구 12개 가운데 9개를 주었다. 인천으로서는 12대 총선에서의 민주정의당 2석, 신한민주당 2석이라는 결과와 최근의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6석, 민주통합당 6석으로 이뤄진 균형이 사실 낯선 상황인 셈이다.

이처럼 역대 총선에서 인천이 보여준 최하위권의 투표율과 한결같이 여당에게로 향하는 표심을 일부에서는 정치적 민도(民度)가 낮은 탓이라고 깎아내린다. 심지어 인천의 여론주도층 내부에서조차 자조(自嘲)가 만연해 있다. 그러나 인천에는 타 지역이 절대 따라할 수 없는 고유한 투표 행동양식이 존재한다. 영남은 늘 영남사람에게 무더기 표를 주고, 호남은 언제나 호남사람에게 몰표를 주지만 인천은 출신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정당도 편애하지 않는다. 나라살림 잘할 것 같으면 어느 지역 출신이든 표를 준다.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으면 어느 정당이든 지지한다. 인천만의 정치적 무편식(無偏食), 무편향성(無偏向性)이다. 영남정권이든 호남정권이든 일관되게 여당을 지지하는 표심은 서울의 무게에 짓눌려 숨을 할딱이는 인천을 살려보려는 갈망이었을 것이다.

오늘, 또 한 번의 총선을 치른다. 막장으로 시작하더니 끝도 오리무중이다. 무소속은 당선돼서 새누리당 간다고 읍소하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서로 내 표 갉아먹는다고 아우성이다. 매일 전화기를 울려대던 여론조사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인천이 표심의 전통을 좇을지, 표심의 변화를 보여줄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도 정치적 무편식과 무편향성이라는 인천만의 투표 행동양식만큼은 발현될 것이다. 그러니 이제 투표율 같은 것으로 인천을 함부로 평가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낡고 진부한 해석의 틀로 인천 특유의 선거문화를 정치적 민도가 낮음을 뒷받침하는 증좌로 만들어버리는 오류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아, 그렇긴 하지만 이번엔 솔직히 전국투표율이 좀 높아졌으면 좋겠다. 인천의 투표율도 최하위권을 탈출하면 좋겠다. 그래야 '심쿵' 설현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저토록 애쓴 보람이 있지 않겠는가. 나도 지금 아내 손 잡고 투표하러 간다.

/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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