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 포도농사부터 주류 제조까지 제2의 인생 일구는 유춘근씨

시련·열정으로 빚은 와인
농부의 삶에 향기 더하다

오연근 기자

발행일 2016-04-19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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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군 퇴직공무원 유춘근(59)씨가 자신이 만든 포도주 써니레이프(SUNNYRAPE)를 포도밭 안에서 선보이고 있다. 연천/오연근기자 oyk@kyeongin.com

30여년 공직생활 청산후 농사짓기 시작
삼색포도주 개발 '써니레이프' 입소문
시행착오·열악한 농업현실 극복한 성과
"농사일 전념할수 있는 정책 지원 기대"


"과일나무에 정성을 들이며 농사꾼으로 살아가는 일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네요."

30여년 공직생활을 청산하고 연천군 군남면 선곡리에서 농부로 거듭난 유춘근(59)씨는 농번기가 되자 수확량을 늘리려 거름포대를 둘러메고 비지땀을 흘렸다.

지난 1977년 농업직으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2006년 백학면장직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평소 성실한 공무원으로 주변에서 칭찬이 자자했지만, 갈수록 건강이 약해지자 과감히 공직에서 손을 놓았다.

이후 그는 선곡리 고향집 주변 비탈길에 약 3천300㎡의 농토를 마련, 퇴직 다음 해부터 포도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공무원 생활도 농업 직렬이었기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관내 농가에선 처음으로 삼색 포도(청·홍·흑)를 재배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그는 '초보 농사꾼'이었다. 농업 직렬 공무원과 농업인이 같은 직업일 순 없었다. '양질'의 포도를 '다량' 재배하겠다는 과욕으로 거름을 과소비하다가 영양분 과잉공급으로 포도알이 터졌고, 비용을 절감하고자 덕 시설을 너무 낮게 했다가 작업환경 불편을 자초하기도 했다.

실수는 성공의 어머니였다. 그는 실수를 잘못이라 여기기보다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고 이듬해에는 이를 바탕으로 5t의 수확량을 올렸다.

수확량이 늘어도 판로는 문제였다. 관내·외 포도 농가가 많아 어려움을 겪자 그는 지역특산품 포도주 제조방법을 배웠고 2013년 6월 주류제조면허를 획득했다.

이제 그가 생산한 포도의 60%는 포도송이로, 나머지 40%는 포도주로 제조한다. 그가 생산한 포도주의 상표는 '써니레이프(Sunnyrape)'다.

그가 삼색 포도 생산에 이어 창고를 개조한 약 50㎡ 규모 공장에서 만든 삼색 포도주는 열악한 관내 농업 현실을 비추어 볼 때 아주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손을 통해 만들어진 포도주는 한 해 1천200~1천300개 정도가 관내 할인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다.

포도주 납품만으로 그는 연간 1천500만 원 정도 수입을 올리고 있다. 저가 수입 포도주가 마트 진열대를 채우고 있지만, 그는 '자연의 맛'을 살린 포도주로 소비자에게 다가서고 있다.

농업으로 제2의 인생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는 "농산물 가격이 안정돼 농업인들이 의욕을 갖고 농사일에 전념할 수 있는 정책 지원을 기대한다"고 바람을 말했다.

연천/오연근기자 oy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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