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DJ·노무현 정신' 내세워 정계은퇴론 빗장풀기

'김대중 생가·노무현 묘소' 1박2일 방문…사실상 활동재개
文측 "호남 수시 방문"…"文에 맡겨야"·"대선행보 안타깝다"

연합뉴스

입력 2016-04-19 18: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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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김대중 전 대통령 삼남 김홍걸 당 국민통합위원장이 19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전날 전남 신안군 하의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한 데 이어 19일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문 전 대표가 이처럼 1박2일간 영호남을 잇따라 방문하면서 4·13 총선 과정에서 빚어진 '정계은퇴 논란'에서 벗어나 정치활동을 재개하기 위한 명분쌓기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8일 광주를 찾아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다"며 배수진을 쳤지만 '호남 선거 참패'라는 결과가 나오자 이 발언이 족쇄로 작용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응답해야할 상황에 처했다.

김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당 국민통합위원장이 줄곧 동행한 이번 방문에서 문 전 대표는 가는 곳마다 두 전직 대통령을 내세워 '김대중과 노무현 지지세력'의 협력, 호남과 영남의 화해 메시지를 부각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김 위원장과 함께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 자리에서도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동질성을 강조했다.

두 사람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김 전 대통령이 "내 몸의 절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다"라고 밝힌 것을 이희호 여사 친필로 옮겨 놓은 바닥돌을 유심히 바라봤다.

이어 김 위원장은 방명록에 '노무현 정신, 김대중 정신은 하나입니다'라고 적었고, 지지자들도 '김대중과 노무현은 하나입니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문 전 대표는 봉하마을 방문 직전 자신이 고시 공부를 한 인연이 있는 전남 해남의 대흥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앞서 전날 하의도 주민과 오찬에서 "김 전 대통령은 야당에게 민주주의의 뿌리"라고 말하고, 김 전 대통령 생가에서는 이명박정부 시절 두 전직 대통령이 민주주의 파탄 등에 대한 일종의 시국선언을 같이 준비하려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하의도 방문 후 진도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인양이 없으면 참사도 끝나지 않은 것", "2년이 지나도록 세월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국가가 아니다"라며 세월호특별법 개정, 선체인양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방명록에는 "잊지 않으마! 했던 약속 꼭 지킬게요"라고 적었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번 방문을 '영호남 통합 일정'이라고 규정한 뒤 "두 전직 대통령의 탄생과 죽음을 잇는 순례를 통해 두 사람은 호남과 비호남, 김대중과 노무현 세력이 절대 갈라지지 말고 하나로 뭉치는 일에 함께 힘을 쏟자는 것에 공감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문 전 대표 측은 '정계은퇴' 발언 논란에서 벗어나길 기대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문 전 대표는 향후 호남과의 접촉면을 꾸준히 넓혀갈 계획이어서 이번 일정을 계기로 사실상 대선을 향한 정치활동을 재개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문 전 대표가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 저희가 정치를 더 잘해서 꼭 갚아드리도록 하겠다"(하의도 주민과 오찬), "책임있는 자세로 하겠다"(팽목항 실종자 가족과 대화)고 발언한 것 역시 정치활동 재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문 전 대표 측은 "문 전 대표는 총선 때 호남 방문에서 약속한대로 평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격의없이 수시로 호남을 찾아 호남민심에 귀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문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호남 민심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선 행보에 나섰다는 비판과 함께 문 전 대표 스스로 해결하도록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는 등 시선이 엇갈렸다.

한 비대위원은 "호남분들을 직접 찾아뵙고 용서를 구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면서도 "현재 비대위가 구성돼 있고 25일 호남 방문이 예정된 상황에서 문 전 대표가 직접 다니는 게 적절한지 양면이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대권주자가 돼야할 분은 지지자의 인식만 고려해선 안된다. 좀더 크게 봐야 한다"며 "추스르면서 있는 게 좋을텐데 좀 빠른 것 아닌가 싶다"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또다른 비대위원은 "그냥 문 전 대표에게 맡겨놓으면 된다. 대선후보 결정시점에도 호남의 지지가 여전히 없다면 사퇴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당을 위해 허물을 들춰낼 게 아니라 덮어주고 같이 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