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고택기행

[인천 고택기행·16] 인천세관 옛 창고와 부속동

개항의 역사 간직한 항만유산 '창고, 그이상의 가치'

{ 인천세관 옛 창고 : 1911년 건립 후 1926년 내항 1문 인근으로 옮겨 }
연중기획 고택기행 세관창고
인천세관 옛 창고는 1911년 인천 올림프스호텔(현 파라다이스 호텔) 인근에 지어졌다. 이 창고는 1926년 인천항 내항 1문 인근으로 옮겨진 뒤 최근 수인선 지하철 공사를 위해 40m 가량 옮겨져 복원됐다. 사진 우측에 있는 출입구를 중심으로 좌우가 대칭을 이루고 있다. 사진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면에 상단 물결무늬 장식이 눈에 띈다.

◈INCHEON MAIN CUSTOMS history
붉은 벽돌로 된 단층… 처마·창테두리 등 15~16세기 르네상스 양식
수인선 길목 철거 위기에 2013년 40m 떨어진 현 자리로 해체·이전
한쪽벽 원형 그대로 떼어내 복원… 증축 전면길이 최초 형태로 축소
1883년 설치 후 화재·폭격 소실 이어져 현재 청사는 아홉번째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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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구에 최근 개통한 지하철 수인선 신포역 2번 출입구는 인천세관의 옛 창고 한 쪽 면을 본 떠 만든 생김새로 시민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인천세관의 옛 창고는 수인선 철로가 계획된 길목에 있어 철거될 위기에 처했었다.

그러나 지역 사회와 학계 등이 이 창고를 인천항 개항의 항만유산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결국 이 창고는 본래 위치에서 40m 가량 떨어진 곳에 옮겨져 보존될 수 있었고, 문화재청은 지난 2013년 10월 이 창고와 부속건물 세 동을 등록문화재 제569호로 지정했다.



19일 오후 찾은 인천세관 옛 창고와 부속동 건물은 인천항 개항기에 지어진 건축물의 양식과 유사하게 붉은 벽돌을 쌓아올린 단층 건물 형태를 하고 있었다. 인천세관 옛 창고는 지난 2013년 해체·이전을 하는 과정에서 입구를 기준으로 우측면은 원형 그대로 떼어 내 복원됐다.

연중기획 고택기행 세관창고1
부속동 1 '선거계 건물'인천세관의 옛 선거계 건물은 인천항 갑문을 운영하던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붕은 누수가 심해 천막으로 덮어놨다.

창고는 주 출입문이 좌측면에 있었고, 보조 출입문이 전면에 있었는데 복원하는 과정에서 좌측면 입구는 막고 우측면과 같은 형태로 복원했다. 건물의 전면 길이는 증축을 거쳐 23.6m로 늘어난 상태였지만, 복원을 하면서 1911년 최초 건립 형태인 14.49m로 축소됐다.

창고를 증축한 흔적은 국가기록원이 보유하고 있는 '인천세관부속연와창고증축기타공사지내창고설계도(1915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창고는 전면 입구를 중심으로 좌·우가 대칭을 이루고 있고, 건물의 처마와 창 테두리 장식 등은 15~16세기에 발달한 르네상스 양식이라고 한다. 창고 측면 좌·우 벽면 끝은 기둥 상부에 사각형 석판을 올리고, 그 위에 둥근 형태의 장식을 뒀다.

측면 상단 부분에 있는 물결무늬 장식도 눈에 띄었다. 창고 내부는 이전·복원하면서 내부 벽면에 나무를 덧댔고, 바닥에는 나무로 마루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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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속동 2 '화물계 건물'인천세관의 옛 화물계 건물은 세관 화물 검사를 담당하던 직원들이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물 입구 상부 인조석이 눈에 띈다. 현재는 인근의 세관 창고 경비실로 사용하고 있다.

부속동 모두 단층으로 옛 선거계 건물과 화물계 건물 등 2개 동이다. 옛 선거계 건물은 인천항 갑문을 운영하는 직원들이 머물던 건물로 창고, 인천세관 식당 등으로도 활용됐다고 한다. 화물계 건물은 정면 출입구 상부에 인조석으로 아치 형태로 디자인해 변화를 줬다. 이 건물은 현재 경비실로 사용되고 있다.

인천세관의 역사는 인천 개항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조선은 관세행정과 해관 운영 등에 경험이 없는 탓에 1882년 청나라 독일영사관에서 근무하던 독일인 묄렌도르프(Mollendorff, Paul Georg von)를 총세무사로 고용하며 청나라식 관세 제도를 도입한다.

이에 세관은 청나라의 영향을 받아 해관(海關)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서양인들에게 낯선 조선의 항구 도시 인천은 청나라의 발음을 따라 'JENCHUAN'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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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세관 옛 선거계 건물의 내부 모습. 현재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내부의 벽과 천장 등이 훼손돼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초기 해관의 통계를 기록하고 있는 '조선해관연보(1885~1893)'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천해관 통계를 'JENCHUAN' 항목에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대한제국의 재정을 틀어쥐며 일본식인 세관(稅關)으로 변경된다.

인천은 1883년 1월 개항한 뒤 같은 해 6월 16일 인천 중구 항동 1가 1번지(현 파라다이스호텔 인근)에 목조 형태의 단층 건물이 세워지며 세관과 연을 맺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세관 역사를 발굴하고 있는 김성수 서울본부세관 감사계장은 이 같은 설을 뒤엎는 주장을 했다.

그는 1883년 4월 일본군인 이소바야시 신조(磯林眞三)가 제물포 일대를 그린 지도에 나타난 해관의 위치와 러시아인으로 기술사(Engineer)인 베코프스키(Vladimir S. Bekofsky)가 그린 인천 청국조계지 평면도의 '옛 세관 건물(Old Customs House)' 위치가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 위치는 첫 청사로 알려진 파라다이스호텔 인근과는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으며, 현재 차이나타운과 인천역 사이 인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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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세관 옛 창고 측면에 있는 철재 창의 모습.

이 사실이 인정될 경우 그 동안 첫 번째 청사로 알려진 곳은 두 번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인천세관의 파라다이스호텔 인근 청사는 1885년 7월 화재가 발생해 소실됐고, 곧 그 자리에 건물을 재건했다. 이어 1907년 해안 쪽으로 2층 목조의 임시청사를 지었다.

1911년 인천세관은 다시 초기 청사가 있었던 옛 올림프스호텔(현 파라다이스호텔) 우측으로 기역(ㄱ) 자 형태의 세관 건물을 짓는다. 첫 청사가 인정될 경우 인천세관의 다섯 번째 청사다.

이 건물의 도면은 국가기록원이 갖고 있는 '인천세관청사분석실화물검사장설계지도(1911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인천세관 청사는 1926년 건물 전체를 해체하여 지금의 인천항 내항 1문 인근으로 옮긴다. 그러나 1950년 한국전쟁을 거치며 인천세관 청사는 폭격에 사라졌고, 이에 세관은 인천 중구 사동에 임시로 세관 건물을 확보해 5~6년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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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세관 옛 창고 내부 천장을 지지하는 트러스의 모습.

인천세관은 다시 청사를 1959년 8월 현재 인천항 내항 1문 인근으로 옮겨 새로 짓는다. 인천세관이 인천에 둥지를 튼 지 여덟 번째 청사다.

이어 지난 1989년 현재의 인천항 3문 입구 옆 인천 중구 항동 7가 1-18로 신축 이전계획이 확정되어 옮긴 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초창기 인천해관의 직원들은 수출입통관 등 세관 고유업무 이외에도 제물포 조계지 도시계획, 기상 관측, 우편사업, 검역 등 정부행정의 상당 부분을 담당했다고 한다.

세관의 역사를 발굴하고 연구해 온 김성수 서울본부세관 감사계장은 "인천세관은 개항 역사를 따라 위치를 옮겨가며 정부의 주요 행정 사무를 처리하는 종합청사 역할을 했다"며 "개항의 역사를 함께 한 인천세관의 옛 창고와 부속동은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글 = 신상윤기자 ssy@kyeongin.com · 사진 =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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