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수도권 국회의원들의 소명

윤인수

발행일 2016-04-25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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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영·호남 패권정당 경쟁에서 주변인 기능
여야 초월 협의체 구성 입법·현안 토론 정례화해야
합리적 정치문화 중심으로 변해야 혁신은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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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문화부장
20대 국회의원을 선출한 4·13총선이 끝난 게 10여 일 전의 일이지만, 결과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여진은 내년 대선까지 간단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진앙인 대구, 부산에서 발생한 강진이 수도권 불의 고리를 강타해 지지기반이 붕괴됐다. 더불어 민주당은 국민의 당과의 충돌로 궤멸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수도권에서 새누리당 지각판을 타고 올라 1당의 지위를 차지하는 망외의 소득과, 호남 발판이 꺼지는 패배 사이에서 표정관리 중이다. 국민의 당은 정당투표 2위를 차지하고 호남을 확고하게 장악해 향후 정국의 균형자 역할을 떠안았다.

국민은 4·13 총선을 통해 정치가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주었다. 모든 패권을 부정했다. 새누리당의 친박·비박 패권은 대구·부산에서 부정당했고 수도권에서 박살났다. 더불어 민주당의 친노 패권은 호남에서 축출당했고, 호남의 신흥 패권인 국민의당은 수도권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 국민은 어느 패권에게도 과반의 권력을 주지 않고, 여야 3당을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에 끌어다 앉혔다. 과점 권력의 공백은 정치판에 대화와 협상의 여백을 만들었고, 국민들은 이제 그 여백 속에서 어느 세력이 합리적이고 도덕적이며 미래지향적인지 지켜보자는 심산이다. 이는 정당이든 권력의 여백을 우리 정치문화의 획기적 전환의 장으로 만들어내는 경쟁에서 앞서는 정당이 차기 정권을 차지할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정치여백에 새로운 정치문화를 여는 것이야말로 20대 국회의원들의 소명이다. 하지만 정당이 정치문화 변혁의 선두에 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인물이 주도하는 민주주의에 익숙한 정당들은 대선이 가까이 올수록 유력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새로운 패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대선 때마다 몰표를 양산하는 지역주의 투표성향이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20대 총선을 통해 영·호남에서 지역주의를 극복한 희망 사례가 몇 건 발생했지만, 대선에서는 영·호남 모두 또다시 패권주의적 투표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원, 특히 수도권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한국의 정치변혁은 패권의 변두리인 수도권 출신 국회의원들이 주도해야 한다.

20대 국회 지역구의원 253명 중 경기(60)·인천(13), 서울(49) 등 수도권 의원이 122명, 절반에 육박한다. 이들은 합리적인 수도권 민심을 대변한다. 수도권은 적대적 패권의 본산인 영·호남과 달리 경제, 사회, 도덕, 문화 등 민본적 가치에 따라 표심이 결정되는 곳이다. 이해의 충돌이 적나라한 만큼, 우선순위에 대한 합리적 타협 경험이 많은 유권자들의 고장이다. 합리적인 민심을 등에 업은 사람들, 수도권 국회의원들이 한국정치 변혁의 중심에 서야 하는 이유이다. 그동안 수도권 의원들은 영·호남 패권정당의 경쟁에서 주변인으로 기능했다. 두 패권이 열어준 좁은 통로를 비집고 들어가려면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다르다. 패권의 몰락은 시대정신이고, 그 시대정신은 4·13 총선 이후 합리적 정치세력이 뿌리내릴 여백을 만들어냈다. 수도권 의원들끼리 여야를 초월한 협의체를 구성해 입법 및 정치현안에 대한 토론을 정례화해야 한다. 당장은 토론에 그치겠지만, 토론의 결과를 국민들이 지지하는 사례가 반복되면 여야 정당이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122명이 뭉치면 각자의 진영에 합리적인 정치문화를 수혈하는 정치문화 변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래야 자신의 정치적 운명이 패권의 흥망성쇠에 따라 결정되는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고, 국민에게는 정치다운 정치를 돌려줄 수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문화 혁신의 진원은 변두리다. 패권의 변두리 수도권이 합리적 정치문화의 중심으로 변해야 한국 정치문화의 혁신은 완성된다.

/윤인수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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