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 김형기 셀트리온 대표이사 사장

16년만에 글로벌 성공신화… 비결은 '미래를 보는 통찰'

홍현기·장철순 기자

발행일 2016-04-27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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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인터뷰 공감   셀트리온 김형기 사장
국내 기업 생태계에서 보기 힘든 성공 신화를 쓴 셀트리온의 김형기 대표이사 사장은 "미래를 보는 통찰,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눈이 성공의 원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 생산(CMO),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개발 판매 등 미래 먹거리를 먼저 보고, 이를 선점한 것이 현재의 셀트리온을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가이드라인 없이 세계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 도전장 '유럽·미국 첫 승인' 결실
국내 자금조달 쉽지않은 부분… 국내 벤처산업에 '능력갖춘' 앵커기업 나와야
전체 매출중 국내 비중 3% 불과한데 '대기업집단' 지정돼 60가지 규제 '부담'


지난 2000년 인천 연수구청 조그만 사무실에 한 벤처기업이 문을 열었다. 자본금은 5천만원. 대우그룹에서 근무하던 6명은 회사를 떠나 함께 회사를 설립했지만, 뚜렷한 사업 계획은 없었다. 사무실에 앉아 '우리는 어떤 사업을 해야 할까?'라는 주제를 놓고 토의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 회사가 16년 만에 국내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시가총액만 12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기업 생태계에서 보기 힘든 성공 신화를 쓴 셀트리온의 김형기 대표이사 사장은 "미래를 보는 통찰,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눈이 성공의 원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 생산(CMO),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개발 판매 등 미래 먹거리를 먼저 보고, 이를 선점한 것이 현재의 셀트리온을 만들었다는 것이 김 사장의 이야기다. 셀트리온 설립 초기부터 서정진 회장과 함께 기업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김 사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글로벌 제약사 기준으로 보면 아직 셀트리온은 '스타트 업' 규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신약을 개발해 매출액 10조·20조원 수준까지 기업을 성장시켜 세계 바이오 제약 산업을 끌고 가겠다고 했다.

-법인 설립 후 16년 만에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서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소회를 말해달라.

"우리가 선택한 업종이 힘든 업종이었다.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극복했고, 투자자나 금융기관에서 우리를 믿고 신뢰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셀트리온의 성장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더 많다.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섰다고 하지만 글로벌 제약사 기준으로 보면 조그만 업체다. '스타트 업'과 비슷한 정도다. 매출액 10조·20조원 이익을 낼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해야 한다. 바이오 제약 산업에서 세계시장 경쟁력까지 끌고 가야 한다."

-셀트리온의 성장 원동력은 무엇인가.

"셀트리온은 처음에 바이오의약품을 위탁 생산하는 CMO라는 사업을 했고,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부문에 도전했다. 궁극적으로는 신약을 개발할 것이다. 우리가 도전했던 분야는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없던 것이다. 우리는 CMO 분야에 2002년부터 2007년 첫 매출이 발생할 때까지 3천500억원을 투자했다. 국내 최대 제약사의 연간 매출이 7천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 규모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처음에 우리의 투자를 믿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삼성에서도 우리를 따라오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분야도 처음에 사람들이 '사기'라고 이야기했다. 항체 구조가 굉장히 복잡해 이를 카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바이오시밀러 승인과 관련한 가이드라인도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도전했고, 2009년부터는 주요 다국적 제약사가 우리를 따라왔다. 결과적으로 셀트리온은 유럽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 승인을 받았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항체 바이오시밀러로 처음으로 승인을 받았다. 이제 우리에 대한 의혹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16년 동안 힘들었던 부분이 보상을 받은 건데, 우리는 안주할 수는 없다."

-확신을 가지고 목표대로 기업을 운영하기 어렵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확신을 줬나.

"결국에는 미래를 보는 통찰, 나무 아닌 숲을 보는 눈이었다. 전문기관의 지원도 큰 도움이 됐다. 2001~2002년에 전문기관 리포트를 보면 2005~2006년이 되면 바이오의약품 개발관련 설비가 부족해 개발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 있었고, 셀트리온은 위탁생산을 준비했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우도 오리지널 약의 특허가 언제 끝나는 지가 다 나와 있다. 전 세계적으로 판매량이 많은 '블록버스터' 약의 경우 2010~2011년이 되면 특허가 끝난다고 돼 있어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했다. 바이오시밀러와 관련해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이 '건강보험 재정'의 문제다. 점차 사람 수명이 늘어나고 각국 건강보험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세계 각국이 금융위기로 인한 재정적자로 고생하는데 오리지널 약에 비해 30%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같은 바이오시밀러가 나오면 각국 재정절감 효과가 크다. 안 쓰는 것이 말이 안 된다. 하지만 남들은 이걸 믿지 않았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온다는 것을 미리 읽었고, 미리 준비해서 성공했다. 셀트리온 그룹 서정진 회장의 미래를 보는 눈이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셀트리온 '램시마(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북미시장 개척
바이오시밀러 '렘시마'

-누구나 가는 길을 따라가기는 쉽지만 길을 열기는 어렵다. 이 점에서 셀트리온의 신화창조를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벤처기업으로 여전히 국내에서 성장하기 어렵다. 제도적으로 개선돼야 할 점은 무엇인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파이낸싱(자금 조달)' 부분이다.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렵다. 셀트리온 회사설립 이후 지난해 말까지 쓴 비용을 합치니까 4조원 규모다. 이 중 은행차입금이 5천억원 규모다. 1조5천억원은 해외에서 조달했고, 나머지는 CMO를 통해 번 것과 판권을 팔아서 들어온 것 등이다. 국내 자금조달 노력도 해봤지만, 가지 않는 길을 가다보니 여러 소문이 있고, 국내 금융기관은 산업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다 보니 믿고 투자하지 못했다. 국내에 벤처캐피털이 있지만, 해당 산업의 리스크 분석 능력이 없는 경우 투자를 하지 않는다."

-지금 국내 벤처기업 환경은 어떻다고 보나.

"우리가 경험했던 어려움을 토대로 보면 빨리 국내 벤처산업에서도 앵커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국내 모 제약사가 6조원짜리 '로열티' 계약을 했다고 언론에 대서특필됐는데 기사를 보면서 오히려 슬펐다. 그 회사가 직접 5천억~6천억원을 조달해 약을 판매할 수 있었다면 6조원 로열티가 아니라 60조원·100조원이 넘어가는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 사업비 조달능력이 없고, 임상 실패할 경우 리스크를 고려해 로열티를 판 건데 한국에도 이를 완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업이 나와야 한다."

-셀트리온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어떤 길로 가려고 하는가. 화장품 사업도 하는데 사업 다각화 방향은.

"올해 연말까지 2개 제품 승인을 앞두고 있고, 추가 파이프라인 바이오시밀러 개발 계획도 있다. 신약 파이프라인도 개발하고 있다. 제약사의 궁극적 목표는 신약 개발이다. 화장품 사업을 하는 것은 약 개발과 플랫폼이 같아 좋은 물질을 쓸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현재 화장품 마케팅·판매를 담당할 관계사로 셀트리온스킨큐어를 설립하고 마케팅을 본격 시작했다. 브랜드로는 '한스킨'이라고 있다. 올해 하반기쯤에는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이 4년 동안 개발한 신물질을 넣은 화장품이다. 주름 개선, 미백 등 효과가 있는 고급 '하이앤드' 화장품이다."

-셀트리온의 자산이 5조원을 넘어서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에 들어가 각종 규제 적용을 받게 됐다. 기업 입장에서 체감하는 규제수준이 어떤가.

"대기업집단 지정에 따라 27가지 법령에서 규정하는 60가지 규제가 따라 붙는다. 상호출자 금지, 신규 순환출자 금지, 신용공여 금지, 지급보증 금지, 세액 공제 축소 등이다. 우리 공정거래법 근본 취지는 예전 제조업 기반의 재벌들이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는 것을 막고, 공정 경쟁으로 가자는 것이다. 하지만 셀트리온의 경우 지난해 전체 매출 대비 국내 비중이 3%에 불과하다. 나머지를 해외시장에서 한 것인데, 모든 산업을 자산만을 기준으로 대기업집단에 넣어 규제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인천 인터뷰 공감   셀트리온 김형기 사장14

■김형기 (주)셀트리온 대표이사 사장은?

-1965년 충청남도 당진 출생
-1982년 수원고등학교 졸업
-1986년 서강대학교 졸업(정치외교학 학사)
-1996년 미국 미시간대학교 MBA(University of Michigan, Business Administration)
-1986~2000년 대우자동차 근무 (1996년 과장 진급, 전략기획팀장(차장))
-2000~2005년 (주)넥솔(현 셀트리온 홀딩스) 이사
-2005년 (주)셀트리온 신규사업부문
-2005년~2010년 (주)셀트리온 전략기획실
-2010년~2014년 (주)셀트리온 기획조정실
-2014년~2015년 3월 (주)셀트리온 사장
-2015년 3월~ (주)셀트리온 대표이사 사장

대담/장철순 인천본사 편집국장 · 정리/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 · 사진/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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